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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교시 Feb 09. 2022

한글 꼭 알고 보내야 하나요?-일학년 전문교사 일교시

1학년 입학을 앞두고 계신 학부모님께 드리는 글

안녕하세요. 일학년 전문교사 일교시입니다.

3월 입학을 앞둔 학부모님이라면 가장 걱정하시는 부분 중 하나가

'우리 아이가 아직 한글을 못 떼서 걱정이에요.'라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입학 전 한글을 꼭 해득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글 해득이 (어느 정도라도) 되야 아이도 학교 수업 시간에 적응해나가기 쉽고, 교사도 수업을 진행해나가기 용이합니다.






ㅣ최근 교육과정상 흐름

학부모님께서 반가워(?)하셔도 될 점은  해가 지날수록 1학년 교육과정에서 한글 교육의 비중과 교육청에서 1학년 담당 교사에게 요구하는 업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교육과정 안에 '1학년이 되었어요.'와 같은 입학 초기 적응 교재를 통해 학생들이 학교라는 새로운 공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이 편성되어 있습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보통 3월 한 달 정도가 입학 초기 적응활동 시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또한 매 해 학교에서 한글교육이 강화되면서 아래와 같은 사항들이 1학년 1학기에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습니다.


학습에 흥미를 잃게 하는 학업 금지(1학기 기준-2학기부터는 실시합니다.)

받아쓰기 금지

알림장 금지

참고: 2016 조희연 서울교육감 발표 자료




ㅣ교육현장에서 한글 교육의 현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교사 입장에서 위와 같은 부분들이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입학 적응활동 시간이 추가되었음에도 1학년 교육과정 내에서 소화해야 할 공부의 양은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죠. 

어찌 되었건 교사는 각 과의 목표를 도달하며 차시를 운영해 나가기 때문에 학생들의 이해와 함께 수업 진도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급에는 한글을 해득한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가 공존하며, 교사는 일정 수준 이상의 (평균적으로 80~90% 정도) 학생이 수업목표를 달성했을 경우 그 차시를 넘어가게 됩니다. 즉, 모든 아이가 매차시 학습 목표를 전부 도달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것이 공교육의 현실입니다. 

나아가 지역마다 학교마다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글을 해득한 채로 들어오는 분위기라면, 그렇지 못한 학생의 경우 적응에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즉, 내 아이가 가는 학교의 분위기가 어떤지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기초학습이 부족한 경우  따로 보충지도를 해주시는 경우도 있지만, 학생의 의욕과 학부모님의 방과 후 시간 활용 허락 그리고 교사의 시간적 여유라는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사실 3~4월 초 까지는 교사가 가장 바쁜 달이고 1학년 특성상 학습적인 부분보다 생활적인 부분을 챙기다보니 사실상 한글학습 부진을 보충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 교육부에서는 디딤돌 사업등을 통해 학습이 부진한 아이를 교사 또는 외부 강사를 활용하여 지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이 부분 또한 정말 기초지도가 필요한 소인수학급의 경우 강사 채용이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가르쳐 올려보낸 아이들을 담당하고 계신 동료 선생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코로나 초기 입학했던 2020학년도 일학년들의 전체적인 학습부진은 작년까지도 이어져 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학년이라는 학년 특성상 학습이 되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격차가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교과서 구성에 있어서도 문제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현재 개정 교육과정은 교과서 구성 부분에 있어 '1학기 7단원 생각을 나타내요.' 부터는 문장 완성이 등장하며 학습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게 됩니다. (올해 개정 교과서를 아직 보진 못했지만, 그동안을 비추어 보았을 때 비슷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낱자와 단어를 몇 개씩 배우다가 갑자기 문장을 들어가다 보니 미해득인 학생이 따라가는데 많은 어려움을 느껴합니다. 한 번 배운다고 아이들은 그것을 전부 기억하지 못합니다. 한글 해득이 안된 경우 개별 보충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는 한글이 일부 해득된 아이들도 굉장히 힘들어하는 단원입니다.


이렇게 미리 찾아보고 이 브런치를 읽고 계신 학부모님이라면 아이의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 고민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요새는 학교에서 다 가르쳐준다더라.'고 기다리시기 보다는 한글이 해득될 수 있도록 입학과 함께 준비해주시면 아이도 학교생활을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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