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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교시 Mar 17. 2024

다시 일학년 선생님이 되었다.

일학년 교사의 시간, 일교시

 작년에 나는 브런치에 글을 거의 쓰지 않았다. 아니, 쓸 수 없었다. 작년에는 일학년 담임이 아니기도 했지만 제일 이유는 깊게 가라앉아버린 교직사회의 분위기가 컸다.

  2023년 7월 18일. 그날의 일이 있은 뒤 많은 동료 교사들이 하늘의 별이 되었던 지난 여름과 가을. 십여년간의 교직생활의 대부분 일학년 교사로 살아온 나에게도 그와 비슷한 일들이 결코 남들보다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가장 민원이 많은 학년이 일학년 이니까.

 연일 올라오는 뉴스기사에서 그려지는 악성민원 학부모의 모습에 덮어두었던 과거의 상처가 떠올라 심리상담을 다시 찾아야 하는 순간이 오기도 했고, 그런 상황에서도 달라질 것 하나 없는 일부 학부모의 모습을 보며 교직에 대한 실날같은 희망을 스스로 꺾기도 했다.


'교육에 미래가 있을까, 교직에 희망이 있을까..?'


 아이들과 즐겁고 따뜻한 글을 위주로 써오던 나에게 지난 한해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내 마음으로부터 강한 거부감이 요동쳤다. 그래서 글을 쓸 수 없었다. 혹시나 나의 글을 기다려주신 독자님들이 계셨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드리고 싶다.


 슬프게도 그 일들이 있고나서도 학교는 여전히 잘 돌아갔다. 학교가 변했는가? 잘 모르겠다. 여전히 무리한 요구를 하는 학부모님과 교사에 대한 민원이 자신의 책임으로 번질까봐 몸을 사리는 관리자들도 있다. 그래도 내가 작년 여름부터 마주했던 희망은 인터넷상에 올라온 학부모의 사연에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 상식적인 사람들의 댓글이었고, 학생대회지도로 늦은 끼니를 떼우려 찾은 분식집에서 "선생님, 요새 선생님들 많이 힘드시지요. 힘내세요."라며 말을 건네주신 분식집 아주머니였다. "딸, 고생많았지. 아빠가 예전에 힘들어할 때 그 정도일줄 몰랐지."라며 수화기 너머로 위로의 말을 건넨 아빠도, 9월 2일 추모집회때 함께해준 30만명의 교사 혹은 그 가족과 친구들이 나에게는 희망이 되었다.


 교직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자조가 만연하던 2023년 교직 사회에서 나는 지능이 어지간히 나쁜건진 모르겠지만 교직에 남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올해도 일학년 교사를 지원했다. 언젠가 이 선택을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그렇다. 신규시절,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인해 의원면직을 하기 위해 교장실을 찾아갔던 그와 비슷한 시기가 내게 다시 온다거나, 앞으로도 이러한 시류가 계속 된다면 그때는 나도 떠날지도 모르겠다. 더이상 교사로서 가르칠 수 없다면 그때는 미련없이 떠날 것이다. 나는 교사이기 때문이고, 교사이고 싶기 때문이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린 알고 있네 우린 알고 있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꿈꾸지 않으면(간디학교 교가)-


서이초 선생님의 순직 인정소식을 뒤늦게 접하며, 아직 순직을 인정받지 못한 수많은 악성민원으로 시달렸던 다른 선생님들의 순직을 소망하며 이 글을 하늘의 별이 되신 선생님들께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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