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분다. 그 쌀쌀한 기운에 아침마다 산보하듯 걷는 출근길이 아주 상쾌해졌다. 긴장감 도는 속도로 걷다보면 전에는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곧 했는데, 요샌 땀방울 대신 온몸에 기운좋은 열감이 따뜻하게 차올라서 참 좋다. 긴 소매 살짝 걷어올리면 그 사이로 파고 드는 바람결이 참 시원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계절은 그렇게 나의 출근길을 기분좋게 만들어주고 있다.
뭘해도 좋은 계절이다. 또 뭘 먹어도 참 맛있게 입맛 당기는 계절이다. 식욕이 왕성하게 돈다. 입맛이 도니, 지난 두달동안 열심히 운동해서 줄여놓은 몸무게가 한끼 한끼에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참 야속하다.
찬바람 불면 웬지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기운 보충도 하고, 주방 렌지위에서 무언가를 보글보글 끓여도 부담이 없는 계절인지라 우족을 한번 진하게 끓여볼까하고 야심차게 우족과 사골을 사왔었다. 그런데 갑자기 귀찮아져서 냉동실에 모셔두고 며칠을 보내고 있다. 그 와중에 동네 마트서 돼지등뼈 세일을 겁나게 하길래 저거한번 해보자고 또 사들고 왔다. 뼈다귀감자탕 한번 칼칼하게 끓여보고파서 말이다.
자! 오늘은 오랜만에 뼈다귀감자탕이다.
돼지등뼈가 손질도 잘 돼있고, 보기에도 참 싱싱해뵌다. 그래서 따로 찬물에 담궈 핏물을 빼는 수고로움은 생략한다. 곰솥 가득 등뼈를 넣고 등뼈가 자작하게 잠기도록 물을 담은 다음, 통후추를 한줌 넣고 불위에 올린다. 팔팔 끓어오르면 등뼈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튀기듯이 데쳐낸다. 그리고 찬물에 깨끗이 씻어 곰솥 가득 데쳐낸 등뼈를 담고 그 뼈다귀들이 넉넉히 잠기도록 생수를 채워 불위에서 푹 끓인다. 뽀얀 사골국물이 우러나고 뼈에 뿥는 살점이 잘 떨어질 정도면 충분하다.
국물도 진하게, 고기도 푹 잘 익었다 싶으면 고춧가루, 파, 마늘, 새우젓을 넉넉히 넣어 준다. 그리고 이때 손질된 무청시레기나 살짝 데친 우거지를 넉넉히 넣어 다시 한번 그 맛과 간이 어우러지도록 푹 끓여준다.
보통은 처음 뼈다귀를 삶을 때 된장을 풀어 잡내를 잡아주곤 하는데, 싱싱한 재료는 된장없이도 새우젓만으로도 그 잡내를 쉽게 잡을 수 있다. 그렇게하면 국물도 훨씬 깔끔하다.
이번엔 무청시레기 대신 데쳐놓은 고구마순을 넣어본다. 전주에 꽤 유명한 뼈다귀감자탕 집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그집은 시레기 대신 말린 고구마순을 삶아 넣어주는데, 그 맛이 또 별미다. 첨엔 그 시도가 너무 낯설어서 신기했는데, 먹어보니 식감도 쫄깃하고, 보들보들 하니, 시레기 못지 않은 맛을 냈다. 그래서 이번에 마침 고구마 캐러 갔다가 가져온 고구마순을 데쳐놓은 것이 있어 나도 그 흉내를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