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사이에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 한 느낌이랄까? 너무 추워서 겨울 옷을 꺼내 입었다. 올 가을엔 오랜 시간 동안 장롱 안에서 나의 손길이 와닿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을 양가죽 재킷을 꺼내서 전용 크림으로 반질반질 윤나게 손질해 두었다. 이제나 입어볼까 저제나 입어볼까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어라? 이런 날씨라면 집안에서만 장착 후 그냥 맵씨나 한번 보고 다시 넣어둬야 할 참이다. 그간 장롱 안에 아껴두었던 것이 아니라, 늘어난 체중에 입을 수가 없어 정리를 미루고 있었다. 헌데 지난 두 달 반동안 열심히 수영장을 다녔더니, 마법처럼 체중이 줄었다. 어찌나 기쁘던지. 그나저나 이대로 추위가 물러서지 않으면, 올해 입어볼 기회나 있을까?
오랜만에 일가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갔다가 태어나 처음으로 우리 작은 아버지께 예뻐졌다는 소리도 들어봤다. "ㅇㅇ아! 얼굴이 왜 이렇게 홀쭉하니 살이 빠졌냐. 그래 그런가 많이 이뻐졌다잉" 그러시면서 환하게 나를 보고 웃으셨다.
"네에? 작은 아버지 어디가서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지금 이 얼굴 보고 많~~이 예뻐졌다고 하시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나 아는 사람들은 내가 전에 정말 이뻤는줄 아는데..." 하고 찐한 농담을 했다. 같이 밥먹던 친척분들이 박장대소를 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어디서 이쁘단 소리 한번 못 들어보고 자란 내가 그런 농담을 실없이 하니 다들 어이도 없고, 귀엽기도 하고 해서 그러셨을 것이다. ㅋㅋ
오랜만이라 실없는 이야기로 시작해 본다.
아침공기도 추웠고, 해 떨어진 뒤 저녁 공기도 추웠다. 그래서 뜨끈한 국물로 가슴속을 따뜻하게 채워주고 싶었다. 집에 오는 길에 닭 한 마리 사와 진한 한약재 국물에 푸욱 담가 진한 닭백숙 한 그릇 끓였다. 냉동실에 있던 황기와 옥죽 그리고 천궁을 꺼내어 진하게 육수부터 내었다. 어디에 좋은지 몰라도 어디든 좋긴 좋겠지 싶어서 말이다. 팔팔 끓는 물에 닭 한 마리 튀겨내어 기름기 좀 제거하고, 그대로 한약 육수에 입수. 그리고 40여분을 푹 끓여주었다.
보글보글 뽀얀 국물에 진한 향, 그 냄새에 벌써 기운이 돈다.ㅎㅎ
깔끔하게 뽀얀 국물에 다진 마늘만 넣고 마무리했다.
백숙에 대파 몇 뿌리 넣어 그 기운 좀 보태려 했건만..... 처음엔 가격표가 잘못된 줄 알았다. 대파 한 단에 4,250원! 잉? 뭐지? 김장철이 코앞인데, 대파값이 이리 비싼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매년 김장철이면 쏟아지는 물량에 대파도, 쪽파도 제법 가격이 적당하게 떨어지는데 말이다. 하여 대파 대신 세일가 행사하는 쪽파를 한단 사들고 왔다. 파릇하고, 연한 부드러움에 깨끗하게 손질해 파릇한 식감을 위해 일부는 백숙에 넣고, 한 접시 남짓은 양파 가늘게 채 썰어 섞어 새콤달콤하게 무쳤다. 그 맛이 진한 백숙 국물과 상큼하게 잘 어울렸다. 오늘 이 조합, 이 선택 칭찬할만하다.
닭 한 마리로 기운 팔팔하게 올리고, 싸늘했던 마음속도 따뜻하게 데웠다.
오랜만에 또 이렇게 어설픈 나의 밥상 이야기를 해본다.
벌써 11월이다. 시간이 정말 놀랍도록 빨리 간다.
그간 나의 글벗님들께서도 열심히 좋은 글들을 나에게 선사해 주셨다.
그 글들을 보면서 좋았다.
꾸준함 속에 멋진 성과들을 만들어내시는 작가님들을 뵈면서 나의 일처럼 기뻤다.
그 성과가 성실함과 꾸준함이 만들어주는 기적이라 믿고 싶다. 한편으론 그러지 못한 내 삶의 태도도 되돌아보고 반성한다. 하지만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까진 쉽지가 않다. 다 타고난 성향 때문이려니 하고 변명해 본다.
오늘은 나의 응원 댓글에 이렇게 황송한 답글을 남겨주신 작가님의 한줄 때문에 시작했다.
"맛있는 글이 올라오면 더 기운이 날 듯합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그간 좋은 글들로 나를 심심하지 않게 해 주신 작가님들에게 눈으로라도 따뜻한 한 그릇 대접하고 싶은 마음....동했다. 그것이었다.
매년 11월이 되면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에 아쉬움이 인다. 그리고 일 년 잘 살아왔나 되돌아도 보고, 또 그 후회와 아쉬움에 남은 시간이라도 어찌 잘 보내보자고 내게 파이팅도 보낸다.
글벗님들! 따뜻하게 한 그릇 준비했어요.
제 마음이 전해지기리를 바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글들로 저를 또 행복하게 만들어주세요.
꼭이요. 꼭! 꼭! ㅎㅎ
2023년 11월 08일 수요일
어쩌다 글벗님들께 눈만 즐거울 닭백숙 염치없이 한 그릇 대접하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늘봄 쓰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