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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Jul 19. 2024

싱그러운 여름식탁을 위한 야채반찬

이 정도면 될라나? ㅎㅎ

장마철의 후덥 한 기운에 일상의 불쾌지수는 한껏 올라가기 쉽다. 오늘 나의 일터를 찾는 분들이 유난히도 덥다는 말씀을 입에 달고 들어선다. 더위를 유독 더 타신다는 분들은 땀으로 얼굴이 번들거리고, 가벼운 배낭이라도 멘 분들의 등짝은 축축이 젖어들었다. 쾌적한 공기 속에서 창밖으로 거센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가지들을 보고 있었던 나는 착각하고 있었다. "오늘은 시원하게 바람도 잘~~ 부네" 하고!!


어제 휘몰아친 물폭탄의 광폭행보는 지인들이 실시간으로 전송해 준 사진과 영상으로 그 위력을 실감했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아왔지만, 거리 곳곳이 물바다를 이루고, 넘실대는 하천의 그런 유량과 유속은 처음이다. 범람위험 우려 문자가 계속 오고, 주변저지대 주민들에겐 즉시 대피하라는 알리미까지 떴다. 다행 어제 오후 다섯 시 이후로 소강상태에 들어, 오늘은 언제 그랬냐 싶게 맑게 개인 하늘에 뭉게구름이 정겹다. 무지 덥다. 장마철 변덕스런 물난리에 하늘이 야속하다.


이렇게 습한 공기 몽땅 품은 장마철 더위에, 제철을 맞은 상큼한 채소들로 저녁 한 끼 푸릇하게 차려보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제철 야채들이 빚어내는 싱그러운 빛깔의 저녁 밥상은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고도 남을 만하다.


오늘은 제철 맞아 반가운 몇몇 야채들의 폼내기 경연을 펼쳐볼까?

더운 여름, 풍성한 제철 채소들은 눈에 띄게 넘처나지만 오늘은 특별히 보랏빛 향기(?)를 품은 가지, 포근포근 포그니 감자, 평생 팽팽한 피부 자랑할 일 없는 꽈리고추, 그리고 길어도 너무 길기만 해서 가끔은 오동통한 호박이 부러울 만도 한 오이와 통통한 호박을 주인공으로 솜씨 한번 내보자.


덥고, 습한 기운이 가지에게는 최상의 컨디션을 뽐낼 시기인 듯. 다른 계절에는 책에서 보던 그 아담하고 예쁜 모습의 가지들이 요 때쯤이면 어찌나 크기가 커지는지... 주말농장에 들러 적절한 때 수확하지 않으면 건장한 어른 팔뚝보다 더 큰 가지를 만나게도 된다.


예전엔 뭘 해도 참 맛없는 야채가 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입맛이 변했는지, 나이가 들어 그런지 요즘은 가지의 다양한 쓰임에 그 맛에 반하기도 한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맛있는 가지요리는 가지튀김이다. 하지만 오늘은 가지무침으로 시작해 본다.


보통은 찜기에 쪄서 간장양념에 무쳐 먹게 된다. 이렇게 말이다.

보기에도 물컹물컹하니, 어르신들이 참 좋아하실 비주얼이다.

찜기에 쪄서 무친 가지무침

오늘은 오랜만에 길게 길게 잘라서 에어프라이어에 꼬들꼬들하게 구워서 준비해 보자.

진간장에 고춧가루, 파, 마늘, 통깨, 참기름을 섞어 양념장을 만들자.

꼬들꼬들하게 구워진 가지에 양념장을 끼얹어 조물조물 무쳐보자.

꼬글꼬들 하면서 달큼한 맛은 입안을 참 즐겁게 해 준다.

우리가 보통 때 먹던 그 물컹하고, 밍밍한 가지무침의 그런 맛이 아니다.

보기에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ㅋㅋ

에어프라이어에 꼬들하게 구워서 무친 가지무침

오잉? 가지무침 맞아? 하고 고개를 갸윳하게 해줄 만한 색다른 맛이다.


이번엔 어른 주먹만 하게 큰 감자 두 알 정도 골라서 예쁘게 채를 썰어보자.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채 썬 감자를 넣어 달달달 볶아보자.

너무 굵게 채 썰면 익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되도록이면 가늘게 채 썰에 조리시간을 단축시켜 보자.

가는소금을 솔솔 뿌려 간을 맞추고, 후춧가루와 통깨를 살살 뿌려 마무리하면 끝!

반들반들 윤이 난다.

기름기 좔좔 흐르는 감자볶음


이번엔 잔멸치와 잘 어울리는 꾀리고추멸치볶음이다.

먼저 팔팔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어 손질한 꽈리고추를 파릇하게 데쳐서 준비하자.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잔멸치를 바싹하게 볶는다.

불을 약하게 줄인 다음, 진간장을 반스푼 넣고, 꽈리고추도 함께 넣어 골고루 뒤적여 양념이 배게 하자.

마무리는 올리고당 한두 스푼, 설탕 약간 넣어 뒤적뒤적 버무려준다.

윤기가 쫘르르  꽈리고추잔멸치볶음


반질반질 멸치에서는 윤이 나고, 꽈리고추는 그 파릇함을 잃지 않았다.

이때 중요한 건 바로 스피드다.


오이는 달랑 오이만 초고추장과 고추장을 반반 섞은 양념에 버무리기만 해도 좋다.

상큼한 오이무침

하지만 부추도, 양파도 넉넉하니까 오이와 양파 그리고 부추를 섞어 무쳐보자.

보기에도 맛도 상큼해진다.

고추장과 초고추장, 고춧가루, 통깨 그리고 가는소금 한 꼬집 정도를 잘 섞어 양념으로 삼자.

언제 어디서든 상큼한 오이무침을 즐길 수 있다.

오이소박이김치와는 다른 생생한 오이맛이 매력적이다. 단 오래 두고 먹을 수없다는 아쉬움!

부추와 양파와 상큼하게 어울리는 오이무침


이제 호박이다.

호박은 가늘게 채 썰어 들기름에 달달 볶아 다진 마늘 넣고, 새우젓으로 간해서 흔하게들 먹는다. 때론 반달모양으로 혹은 직사각형으로 취향껏 썰어서 볶아먹으면 된다.

요렇게 조렇게 호박볶음


하지만 오늘은 조금 색다르게 먹어보자.

 

일단 동글게 그 원형의 모습을 유지하도록 예쁘게 썰어보자.

그리고 팬에 들기름을 조금 넣어도 좋고, 담백하게 먹고 싶다면 그냥 그대로 구워보자.

앞뒤로 자~~ 알!

그리고 접시에 모양을 내서 예쁘게 담아보자. 끝이다.

진간장, 참기름, 파, 마늘, 통깨, 고춧가루등 형편 닿는 대로 넣어 양념장을 만들어보자.

물을 약간 넣어서 양념장의 짠기를 좀 덜어내 보자.

동글동글 예쁘게 잘 익은 호박 위에 양념장을 끼얹으면 완성이다.

동글동글 예쁜 호박구이

제철을 맞아 호박이 얼마나 달큼하고 맛있는지....

호박전과는 다른 담백한 맛을 밥반찬으로 즐길 수 있다.


사실 여름 채소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밥반찬은 무궁무진하다.

호박 하나만으로도, 가지 하나만으로도, 감자 하나만으로도, 풋고추 하나만으로도 오이 하나만으로도....


집집마다 다른 집에서는 맛보지 못한 특별스러운 여름 밥반찬도 한두 개쯤은 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 그 많은 것들을 다 맛보며 살 수는 없다.

요리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여의치 않아 아쉬운 이들도 있을 것이고, 맘껏 솜씨를 내봐도 함께 식탁에 마주 앉아 한 끼 식사 함께 할 시간이 여의치 않은 이들도 더 많을 것이다.


다행 우리 가족에게는 식탁 위에서 밥을 먹으며 시간을 함께 할 여유가 그래도 좀 있다.


밤 10시 반이나 돼서 집으로 돌아오는 둘째 아들만 빼면 말이다. 방학해서 집에서 빈둥대는 큰아들, 중학교 2학년이 된 딸아이, 특별한 일 없으면 집에서 저녁식사만큼은 꼭 함께 하는 제비아빠!


어쩔 땐 귀찮기도 하고, 밥 하다 시간 다 보낸다고 넋두리를 할 때도 있다. 손에 익고 몸에 익어 뚝딱뚝딱 잘 만들어내는 스피드가 내 손에 장착된 덕에 요리하는 시간은 사실 그리 많이 걸리진 않는다.

오랫동안 해왔기에 시간이 내게 준 마법 같은 재주라면 재주다.ㅎㅎ


그래서 오늘은 특별한 건 없지만, 우리 집에서 소소하게 즐기는 여름 밥반찬 몇 가지를 기록으로 남겨본다.


온 가족이 식탁 위에서 함께 하는,

이 소중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싶다.


2024년 07월 19일 금요일

장마철 폭우에 온 동네가 정신없었던 하루를 무사히 보낸 다음날!

여름날의 싱그러움을 담아 밥반찬을 이야기하는.................. 늘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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