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유정 변호사입니다.
술자리에서, 회식 자리에서, 혹은 일상 속에서
누군가의 손길이 불쑥 내게 닿을 때 순간적으로 얼어붙는 기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그런데 막상 지나고 나면 이런 생각이 밀려듭니다.
“이게 범죄일까? 그냥 실수라고 넘겨야 할까?”
이 모호함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그 침묵이 결국 가해자에게는 ‘괜찮았다’는 신호가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강제스킨십’이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이유,
그리고 법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조금 더 현실적인 시선에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Q. 강제스킨십, 어디까지가 ‘범죄’로 인정될까?
법은 이 문제를 분명하게 규정합니다.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신체를 접촉한 경우,
폭행이나 협박의 정도와 상관없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그런데 ‘폭행’이라는 단어 때문에 헷갈려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때리거나 밀쳐야만 폭행일까요?
아닙니다.
법원은 “상대가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면, 그 자체로 폭행으로 본다”고 해석합니다.
즉,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의 어깨를 감싼다거나,
회식 자리에서 술김에 껴안는 행위,
“친해서 그랬다”는 말을 덧붙이며 신체를 스치는 행동 등은 명백한 강제추행 행위입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동의’가 없기 때문입니다.
피해자가 불쾌했다면, 그건 이미 법이 개입할 영역입니다.
이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가해자들은 “장난이었다”, “술이 문제였다”는 말로 상황을 덮으려 합니다.
하지만 법은 술기운을 감형의 사유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피해자의 거부 의사가 명확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면,
판결에서 더 무겁게 처벌됩니다.
결국 강제스킨십은 ‘의도치 않았다’가 아니라
‘상대의 거절을 무시했다’는 그 지점에서 성립합니다.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절하지 않았다고 해도,
상황상 동의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면 법은 피해자의 편에 서게 됩니다.
Q. 신고를 결심했다면,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은 거의 모든 피해자분들이 첫 상담에서 꺼내는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신고할 수 있을까요?”
답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은 감정이 아니라 절차로 이어져야 합니다.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증거 확보입니다.
직접적인 영상이나 녹취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을 중심으로,
당시의 정황—문자, 통화기록, CCTV,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특히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일수록 신빙성이 높게 평가됩니다.
그래서 변호사와 함께 ‘기억을 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이 있었는지,
그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를 차근히 정리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조사 대응 전략입니다.
신고는 시작일 뿐,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이때 혼자 조사에 임하면, 수사관의 질문 흐름에 휘둘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변호사가 입회하면,
피해자의 진술이 왜곡되지 않도록 법적 근거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합의 제안이 들어올 때는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가해자 측이 제시하는 금액은 대개 판례 수준보다 훨씬 낮고,
합의서 문구 하나로 추후 손해배상 청구가 막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장 사건을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이해되지만,
그 선택이 오히려 다시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피해자의 목표는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정당한 회복입니다.
그 회복을 위한 절차가 곧 법적 대응입니다.
혼자서 감정의 무게를 짊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강제스킨십은 ‘스쳐 지나간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경계선을 침범한 순간, 이미 범죄가 됩니다.
피해자는 결코 예민한 게 아닙니다.
그건 당연한 반응이고, 법이 보호해야 할 감정입니다.
신고를 망설이는 동안,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이 문제였다는 걸 깨닫지 못합니다.
그래서 법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법의 언어를 피해자의 목소리로 바꾸는 일,
그건 변호사의 몫입니다.
당신의 불쾌감이 누군가에게 경고가 되도록,
당신의 용기가 또 다른 피해자를 막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 한 걸음을 법이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