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나쁜 개

창작 소설

by 닉네임은닉네임

콜라는 까만 개였다. 보호소에서 데려왔을 때는 유난히 조용했다. 낯선 공간에서도 짖지 않았고, 밥을 주면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먹었다. 눈이 사람처럼 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데려왔다.


처음에는 별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내가 변한 뒤에 시작됐다.


퇴근이 늦어졌고, 집에 돌아오면 불도 켜지 않은 채 소파에 누워 휴대폰만 들여다봤다. 씻지 않은 그릇이 싱크대에 쌓였고, 택배 상자가 거실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나는 점점 말이 없어졌고, 콜라를 쓰다듬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어느 날부터 콜라는 소파 모서리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현관 매트를 찢어놓고, 밤마다 이유 없이 짖었다. 산책을 나가면 갑자기 멈춰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훈련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분리불안일 거라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상하게도 콜라가 멍청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새벽 두 시가 넘은 날이었다. 콜라가 갑자기 내 슬리퍼를 물고 뛰다닌다. 나를 바라보며 놓지 않았다. 피곤함이 목까지 차올라 있었다. 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콜라는 슬리퍼를 더 세게 물었다.


“왜 이래.”


내가 소리를 높이자 콜라는 움찔했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대신 내 바지를 물고 잡아당겼다. 세게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의도적인 힘이었다. 그 순간 숨이 가빠졌고, 심장이 뛰는 게 느껴졌다. 화가 나 있었다. 오랜만에 뚜렷한 감정이었다.


그날 이후로 콜라는 점점 더 사고를 쳤다. 내가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으면 신발을 물어뜯었고, 밥을 주지 않으면 물그릇을 뒤엎었다. 베란다 창문을 열어둔 채 멍하니 서 있으면 다리를 물고 잡아당겼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무시할 수도 없었다.


나는 소리를 질렀고, 몸을 일으켰다. 청소를 했고, 물을 닦았고, 억지로라도 산책을 나갔다. 이상하게도 밖에 나가면 콜라는 얌전해졌다. 앞서 걷다가 몇 번씩 뒤를 돌아봤다. 내가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듯이.


병원에서는 콜라의 신장 수치가 좋지 않다고 했다. 나이에 비해 빨리 닳고 있다고 했다. 의사는 최근 스트레스가 있었냐고 물었다. 나는 웃었다.

‘그럴 리가’

스트레스는 내가 받고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와 콜라를 바라봤다. 왜 이렇게 말썽이 많아졌을까. 문득 떠올랐다. 콜라가 가장 심하게 사고를 치는 날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었다는 걸. 콜라가 더 크게 물어뜯을수록 내가 더 크게 반응했다는 걸.


나는 일부러 불을 켜지 않고 소파에 누워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콜라는 한참을 가만히 나를 보더니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내 손등을 물었다. 살짝 이가 닿을 만큼만.


나는 손을 빼지 않았다.


콜라는 조금 더 세게 물었다. 그 힘은 아프지 않았지만 분명히 느껴졌다. 나를 현실로 끌어내리는 작은 고리 같았다.


나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콜라는 더 이상 물지 않았다. 대신 내 무릎 위에 머리를 얹었다. 숨소리가 천천히 고르게 이어졌다. 아무것도 부수지 않았고, 아무것도 짖지 않았다.


사람들은 아직도 말한다. 그 집 개는 정말 나쁘다고.


맞다. 콜라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개다. 내가 무너져 조용히 사라지지 않도록, 끝까지 물어야만 했던 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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