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라니요, 화폐입니다만?

- 『똥본위화폐』를 읽고

by 사각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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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화폐가 된다니! 책 소개의 표현대로, 『똥본위화폐』는 SF적 사변실험을 펼친다. 이 책은 모든 사람이 누는 똥을 근거로 일종의 소득을 제공하는 “똥본위화폐”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책은 총 두 장으로 구성되었으며, 1장에서는 당위성을, 2장에서는 실제로 적용된 사회의 풍경을 그린다.


그럼 왜 하필 똥인가? 우리는 똥을 가장 더럽고 가치 없다고 생긴다. 단순히 변기에 싸고, 물을 내린 뒤 그저 잊는다. 이런 똥을 화폐, 즉 가치의 대상으로 바꾸는 것은 저자가 주장하는 똥의 여러 특성에 기인한다.

어떤 존재가 돈을 써서라도 멀리 치우려고 애쓰던 대상이었다가 돈을 벌어다 주는 황금알이 되는 존재로 전환된다고 할 때, 쓰레기에서 상품으로 변환된다고 할 때, 그 충격이 똥만큼 큰 게 또 있을까. 그런 극적인 충격을 안겨 주면서도 어떤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날마다 찾아오는 공평한 존재가 똥 말고 또 있을까? - 26p

똥이란 가장 공평한 존재라 정의할 수 있다. 왜냐하면 똥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 활동이기에 누구나 똥을 생산할 수 있다. (여담으로 똥을 많이 싼다고 해서 똥본위화폐를 더 많이 받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지급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인간노동에서 비롯되는 기존 화폐와 달리, 똥본위화폐는 인간존재에서 가치를 찾는다. 이는 AI를 위시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노동이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 똥본위화폐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로봇은 인공지능으로 노동을 할 수는 있지만 똥은 누지 못한다. 이런 연유로, 사람의 똥을 매개로 하여 똥이 만들어 내는 모든 가치들을 모아 가치 기준을 정할 수 있다. 사람이 누는 똥이 만드는 가치는 가장 낮은 곳에서 다른 모든 가치들의 기준이 되어 줄 수 있다. - 106p

또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 똥에서부터 비료 혹은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가치한 폐기물로 보이는 똥에서 가치를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을 발견한다.

여기서 저자는 오늘날 사용되는 "자연"이라는 용어를 비난한다. 오로지 숲과 나무가 있는 곳이 자연이고, 도시가 있는 곳이 비자연이라 사람들은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즉 자연(自然) 단어 뜻풀이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과 비자연을 가르는 이분법은 지양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더러운 똥에서 가치를 찾는 행위는 오늘날의 이분법을 거스른다. 그래서 똥본위화폐는 자연의 분리가 아닌, 자연 그 자체가 되는 방향을 좇는다.

자연과 인간이란 양극을 피하려다 경제성이라는 만만찮은 복병을 만났고 똥은 경제적 가치 그리고 심지어 사회적 가치를 초월하는 가치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우리는 새로운 가치들을 만들어 내는 노력과 함께 가치 기준 자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경제성이라는 가치를 얘기할 때면 언제나 우리의 논리를 지배하는 가치 기준 말이다. - 93p

이러한 똥본위화폐는 기존의 경제성 관념을 흔들고, 더 나아가 유토피아적 세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탐색한다고 저자는 전망한다.


전술했듯이, 1장에서는 똥본위화폐의 당위성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2장에서는 똥본위화폐가 구현된 세계를 그린다. 읽으면서 기존 화폐와 다른 특징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첫 번째는 똥본위화폐 소득의 30%는 다른 이들에게 나눠준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나눠준 똥본위화폐가 자신에게 도달한다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연결됨을 체감한다는 효과를 받는다. 남은 70%는 본인이 사용한다.

두 번째는 화폐가 매일 7%씩 소멸한다는 점이다. 기존 화폐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부의 축적을 막는다. 이와 동시에 마치 물줄기처럼 어딘가에서 고이지 않는, 흐름의 자연스러움을 새로운 화폐는 지향한다.


똥본위화폐를 통해 사회는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작가는 2장의 남은 부분을 똥본위화폐가 존재하는 세계가 어떨지 상상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화폐 체계로는 젊은 미술인들에게 돈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책에서 지적한다. 하지만 똥본위화폐 도입 시, 젊은 미술인들에게도 똥본위화폐가 들어온다. 다른 예로는, 똥본위화폐로 카페 등 다양한 장소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이 만남의 장이 지역공동체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부분이었다. 그런 모임에서는 독서 토론 등이 일어난다고 한다.


아쉬운 점이자 이 책의 한계는, 똥본위화폐 제도 자체가 시민들의 선의에 과도하게 기댄다는 인상이었다.

특히, 첫 번째로 자신의 소득 30%를 나눠주는 대상은 자신이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책에서는 사회적 약자에게 나눠준다고 전망했지만, 30%나 되는 거금을 모르는 이에게 선뜻 나눠주기는 쉽지 않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만 한정 짓지 않을까? 게다가 이런 연결 시스템은, 되레 사회적 소수자들의 고립성을 더 부각하는 효과를 줄 것이다. 친구가 있다는 것이 곧 수익 및 가치로 직결된다는 것은, 사회의 연결됨의 본래 가치를 퇴색되게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인간 존재 자체에서 가치를 얻는다는 똥본위화폐의 존재의의에 위배된다는 의문이 들었다.

또한, 새로운 소득이 기존에 없던 수요 증가로 이이 질지 의심이 든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자연스레 시를 낭송하고 책을 읽으며 예술을 찾게 되는 세상은 아마 모두가 선의가 넘치는 세상일 것이다. 똥본위화폐가 생긴 이후 사회상에 관하여 구체적인 설득력은 부재하였기에, 독자가 보기에는 그저 희망찬 상상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저자가 그린 똥본위화폐의 세계는 소설 속 이상향으로만 여겨진다. 결국 이 책은 독자를 설득하는 대신, 대체된 현실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그친다.


오늘날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제공되어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졌다. 과연 기본소득은 성공할 것인가? ‘똥본위화폐’는 이상적인 기본소득 모델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다. 하지만 똥본위화폐는 기본소득의 개념 확장에 불과할 뿐,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똥을 쓴다'라는 시작한 아이디어는 혁신적일 정도로 빛났지만, 아이디어 구체화 과정에서 그 빛을 잃었다.

일상생활 속 행동, 생각의 공유, 판단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갈 수 있도록 소통의 기호가 만들어져야 한다. 기호는 그런 것이다. 이제 겨우 똥본위화폐 기호 하나를 제안하였다. 힘들고 긴 여정이 아직 남아 있다. - 176p

그럼에도 아직 저자 말마따나 더 나아갈 길이 남아 있다. 실제로 저자인 조재원 교수가 똥본위화폐에 대한 과학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던 만큼, 이 아이디어를 꾸준히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시작 단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웠던 점을 어떤 방식으로 보완하여 발전시킬지가 기대된다. 아쉬운 점은 많이 토로했지만, 그만큼 똥에 대한 고찰이 뛰어났기에 남은 아쉬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누구에게 정말 신기한 책을 소개해달라 물어보면, 아마 이 책이 해당 추천 리스트에 들어가 있을 거라고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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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본위화폐 : 낮은 곳에서 번지 하다』

저자: 조재원 / 그림: 신동철 / 출판사: 동승


한줄평: 똥으로부터 가치를 찾는 여정은 지금 막 출발했다

별점: ★★★☆ (3.5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