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기초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비슷한 흐름이 반복된다.
디지털이 강해질수록
사람들은 다시 아날로그를 이야기하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느림을 이야기한다.
요즘 디자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보인다.
AI와 기술이 강조될수록
다시 기초를 이야기하는 목소리.
기초는 분명히 중요하다.
오랫동안 디자인 교육에서 말해온 기초는
꽤 명확했다.
형태를 이해하고
구성을 다루고
타이포그래피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능력.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
이 기준은
오랫동안 유효했다.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곧 사고의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손으로 만들고
수정하고
다듬는 시간 속에서
디자이너의 판단과 기준이
함께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과정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AI는
결과를 만드는 속도를
극단적으로 앞당겼다.
이제는
생각과 결과 사이의 간격이
거의 사라진 상태에서
디자인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지금의 디자인은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보다
어떤 결과를 선택하고
왜 선택하는가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다시 질문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기초는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하고 있을까.
디자인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의미가 전달되는 방식이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계하는 일이다.
다만
그 방식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의 삶이 달라지고
소통하는 방식이 바뀌고
이미지를 소비하는 속도와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로 돌아가자”라는 말은
조금 더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기초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기초가 작동하는 방식은
이미 달라지고 있다.
어쩌면
전통적인 기초가
‘어떻게 잘 만들 것인가’에
가까웠다면
지금의 기초는
‘어디서 어떻게 작동하게 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능력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기초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초를 다시 정의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