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게 아니었다.

내일이 설레는 방법

by 민서

피아노를 좋아한다.

도레미파솔라시도만 칠 줄 아는 주제에, 학원을 다니기에는 돈도 시간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당근마켓에서 20만 원짜리 피아노를 구입해 뚱땅뚱땅 혼자 연주를 했다.

이미 반주를 잘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넘쳐났으니, 가볍게 즐길 목적으로 구입한 것이고 덕분에 스스로에게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었다.


교회에서 특송 반주를 맡게 되었다.

몇 년째 4/4박자 악보 코드만, 그것도 대게 C/G/F 코드의 접근하기 좋은 코드의 악보만 연주를 했었는데, 특송은 플랫이 두 개나 붙어있는 B코드였다.

눈앞이 하얘졌고, 발전 없이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악보에만 머물렀던 내 발에는 불이 떨어졌다.

열심히 C코드 악보를 찾아, 매일매일 1-2시간씩 연습을 했다.

한 달 정도 시간이 흐르니, 내가 치는 곡의 소리가 들리면 교회 내에 계셨던 분들이 나인 줄 알고 구경을 오셨다. 즐거웠다.


목표가 생겼다.

도망칠 수 없었고, 도망치기 싫었다.

디데이를 세며 노력했다.

많은 도움을 받았고,

하다 보니 되는 신기함을 발견했고,

매일 나아지는 모습이 내 눈에도 보였다.

특송 때 실수도 있었고, 지금도 그 악보 외엔 문외한이다.

다만, 연습을 하며 누리고 얻은 게 참 많기에

그거면 됐고, 더 발전할 기회다 싶다.


내 나이 28살

전공도 불분명(?)하고, 쌓아놓은 명예와 부 또한 없다.

명문가 집안도 아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미를 가진 것도 아니다.

나는 위의 것들을 이유로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것은 내게 있어 사치이고, 욕심이며, 감히 넘봐서는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목표를 세운다는 것 자체에 '감히'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걸리는 시간과 재정을 생각해야만 했었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 없는 상황 속 나는 용기가 필요했다.

용기를 낼까 말까 고민했던 지난 몇 년의 시간이 조금은 아깝기도 하다.

그렇지만 몇 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를 돌아보며 똑같은 아쉬움과 씁쓸함을 느끼게 하고 싶지는 않다.


10년 뒤

어디서든 반주로 섬기고 있으면 좋겠다.

난 피아노도 좋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는 것도 너무 즐거우니까!

퇴사 후 뭐 하며 지냈냐고 묻는다면, 내가 스스로에게 제한했던 벽을 뚫어보았고, 그러는 중이라고 답할 수 있겠다.


#각자의 때가 있는 법이니 우리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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