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끝자락의 나

조금 많이 힘들었다.

by 민서

정말 다가가기 쉽지 않은 아이가 한 명 있었다.

공격적이었고, 제멋대로였다.

좋게 이야기 하다가도, 머리 끝까지 화가 나 아이와 냉전을 벌이기도 했다.


저 아이와 1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저 아이의 학교 생활이 괜찮을까

특수한 교육이나 치료가 필요한 게 아닐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마지막 주일, 초등부로 올라가는 3학년 아이들이 앞으로 나가 인사하는데 그 아이는 여전히 앞에 나가지 않고 뒷자리에 숨어서 앉아 있었다.

나가길 안 좋아하는 걸 알아 옆에라도 있어주자 하고 다가갔는데, 눈가가 붉어진 게 보였다.

왜 우냐고 다독여주니 금세 울음을 빵 터뜨렸다.

이 아이에게도 헤어짐은 슬픔이었나보다.


도저히 적응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이 아이의 마음에 한 자리도 차지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어느새 이 아이는 유년부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


목사님도,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많이 많이 울었다.

끝이 아님은 알지만, 여전히 한 몸인 건 알겠지만, 아쉬운 건 어떻게 막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처음으로 사도행전에서의 만남과 헤어짐의 눈물이 마음으로 와닿았다.




얼마 전 금요철야 기도회에서

나는 모든 찬양 가사를 반박했고,

나에게 주신 말씀이 나올 때 "다른 어부 찾아보세요. 전 못 하겠습니다. 안 해요." 라는 소리를 내뱉었다.


유년부도, 청년부도 다 그만두고 싶었다.


내년 유년부 월례회를 진행하는데

내년 주제 말씀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따라오라고,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시겠다는 말씀이었다.


하나님이 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시는 말씀 같았다.

내 상태가 이 모양인데도 나를 놓지 않겠다고 하시는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 찾아보라고 했는데 나여야만 한다고 하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의도적으로 내 착각이었다고 외면하고 있다.




주변에 참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이 많이.


내 입에 밥이 들어가는 걸 보고 싶어서 밥을 사주고,

내가 건강하길 바라서 러닝 벨트를 선물하고,

한 오만 번쯤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내가 상처 입혀 눈물 흘리게 만들어도 나를 사랑하기를 택한다 해준다.

사라지고 싶다는 소리를 하면 조용히 하라고 해주고,

표정이 안 좋을 때는 내가 괜찮아질 때까지 옆에서 기다려준다.

3시간이고 4시간이고 내 기분이 괜찮아질 때까지 다정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도 모르는 내 힘듦을 봐주며 나를 쉴 수 있게 해준다.


내가 아침에 눈을 뜰 때 기쁨이 있고, 꿈에서는 어린양들과 즐겁게 뛰어놀기를 기도해준다.

누군가의 기도제목이, 내가 행복한 것이다.


내가 뭘 해준 게 없는데 이런 사랑을 받아서 당황스러웠고,

받았으니 나도 더 많이 해줘야하지 하는 보답 심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저 받으라 한다. 그걸로 충분하다 한다. 너도 반대였으면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한다. 사랑은 등가교환이 아니라고 한다.


눈치 없는 나는,

높은 담이 있는 나는,

이렇게 받고서야 그제서야 사랑이었다고 깨닫는다.

이 정도는 되어야 안다.


그저 하루하루 내일이 오지 않길 바라지만

그렇게 바라는 나의 오늘에 온기가 더해진다.




유년부, 친구이자 멋진 작사작곡가가 만들어준 찬양 가사다.


[ 하나님 저는 아무것도 못하지만

하나님 저는 비록 부족하지만

제가 어떤 길로 갈지

무엇을 할진 몰라도

다 해볼게요 저를 지켜주세요


해낼 수 있는 마음을 주세요

해낼 수 있는 사랑을 주세요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온 삶은 비록 짧지만

다 해볼게요 저를 지켜 주세요 ]


사람 마음은 참 알다가도 모르는 것 같다.

내가 예상했던 바는 대체로 다르게 흘러갔던 것 같다.

염려했던 것은 생각보다 염려할 일이 아니었고,

쉽게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헤이해짐과 교만함이 틈을 탔다.

안다는 것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고,

작은 것 하나도 순종하길 거부하는 게 현 주소였다.


하나님도, 나도, 이웃도 모두 다 밉다.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다.

후회도, 아쉬움도, 죄책감도 많이 남는 연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받은 사랑이 진짜라고 한다면, 이게 사실이라면, 여전히 날 향해 있다면,

무너진 삶 속에서 나를 지키실 하나님을 향해 찬양을 외치고 싶다.

이끄시는 길로 기꺼이 갈테니 해낼 수 있게 힘을 주시길 구하고, 주실 것을 믿고 싶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괴롭다.

힘들다고 얘기하는 순간 터져나오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막고, 외면하고, 괜찮은 척을 해왔었다.

이 모습이 터져 나와, 결국 하나님 앞에 쏟아내야만 했던 거라면

그렇게 내가 인도된 거라면

죽을 것 같은 이 시간들이 선하게 이끌려 감을 믿을 수 있게 해주시길.


이번 나의 연말은 꽤 아프다.

그렇지만 정말 행복한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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