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어가도 좋다..
2026년 새해가 된 후 약 15일간 나는 브런치를 쉬었다.
내 글을 쓰는 것뿐 아니라, 다른 작가님들의 글이 올라옴을 알리는 모든 알람을 꺼놓고 브런치에 아예 들어가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까지 철저하게 15일간 브런치를 쉰 이유는... 책이 너무 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독증에 걸린 사람처럼 책 한 장을 읽는데 한나절이 걸리는 나날들이 계속됐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 나는 누가 글을 쓰라고 등을 떠밀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그렇다고 그렇게 훌륭한 글을 올린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매일매일 멋진 글들을 올리시는 작가님들을 보며 정말 대단하시다고 생각하면서 부럽기도 하고, 또 나 자신의 글들이 너무 보잘것없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고 보니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책들을 전혀 읽을 수가 없어졌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 나는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날 이후로 브런치를 끊고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들을 사들였다.
'페르세우스'작가님께 추천받은 '프리다멕파든 작가'의 '차일드 호더'를 비롯해 같은 작가의 '네버라이', '더코워커'그리고 역시 작가님의 추천을 받은 일본작가의 '돌이킬 수 없는 약속'과 '성모'를 내쳐 읽어나갔다.
프리다멕파든 작가의 글은 역시 흡입력이 대단하다.
한번 책장을 열면 다 읽을 때까지 절대 눈을 뗄 수 없어 밤을 새우고 새벽까지 읽게 되는 일이 많았다.
책 내용에 매료되어 밤을 새운 일이 언제였던가..
역시 스릴러 서스펜스 작가답게 가독력이 대단하며, 마지막 반전으로 '작가에게 속았다는 배신감? '이 오래간만에 짜릿한 전율을 가져다주었다.
'아키요시 리카코'의 '성모'도 대단하다.
다 읽은 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게 도파민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다시 책을 읽으면서 잠자고 있던 내 안의 상상력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예전의 나로 돌아온 듯해서 기뻤다.
책에 빠져 미친 듯이 책을 사모으던 시절이 있었다.
읽어야 할 책들을 쌓아놓고 그것을 보며 흐뭇해하고,
한 권 한 권 읽어가면서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던 그 시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책만 읽어도 하루하루가 즐거웠고, 내가 좋아하는 소설들로 책장을 채우며 행복해했었다.
오래간만에 그 느낌을 느끼고 나서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아직 IN-PUT이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다.
더 많은 인풋이 있어야 하며 제대로 된 OUT-PUT을 뽑아내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책을 읽는 일과 쓰는 일이 양립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 보겠다.
그러나 아마 당분간은 두 가지 일을 나눠서 해야 할 것 같다.
읽는 시간에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기로 한다.
잘 써야 한다는 마음도 누군가에게 보여야 한다는 마음도 내려놓고, 그저 이야기에 빠져들어 내 안에 오래 묵은 상상력들을 천천히 깨우는 시간으로 남겨두려 한다.
그리고 쓰는 시간에는 조급해하지 않기로 한다.
잘 써야 한다는 생각보다 정직하게 써보자는 마음으로, 오늘의 나를 기록하듯 조용히 한 줄씩 써 내려가 보려 한다.
어쩌면 나는 더 잘 쓰기 위해 잠시 멈춘 것이 아니라 다시 쓰기 위해 나 자신에게 돌아온 중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언젠가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조금 더 나다운 문장을 쓰고 있을 것이라 조용히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