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번아웃과 생각지도 못한 AI의 도움

by JIPPIL HAN

실용무용과 1학년에 재학 중인 딸이 최근 '번아웃'이 왔다.

학기 내내 계속되는 퍼포먼스 준비와 기말테스트 준비로 매일매일 연습에 지쳐 녹초가 되었다.

어느 학과나 경쟁이란 게 존재하지만, 춤이라는 장르가 눈으로 바로 보이는 결과물이므로 아이들 간의 실력차가 바로 눈으로 보이게 되니 체력적으로 뿐만 아니라 심적으로도 많이 지쳐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폭탄선언 비슷한 걸 하게 됐다.

"엄마, 나 휴학하고 다른 직업을 찾아보고 싶어." 그래도 될까? "

춤을 평생직업으로 가져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아는 나는 당연히 OK였다.

그런데 도전해보고 싶다는 직업이 하필이면 '보육교사'였다.

'힘든 일 그만두고 더 힘든 일'을 하겠다는 것 같아 맘속에 반대가 앞섰다.

"밭일할래? 애 볼래? 하면 밭 갈러 간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아이는 생각보다 구체적으로 자격증 따는 방법에 대해 조사해 자신의 플랜에 대해 이야기했다.


난 서둘러 일단 아이를 위해 단 둘만의 여행계획을 짰다.

그저 푹 쉬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2박 3일간의 여행이다.

일단 바다가 파노라마로 보이는 양양 낙산 해수욕장 앞의 한 호텔을 예약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대게 맛집과 예쁜 카페도 검색해 놓았다.


그러고 나서 어떤 대화를 하면 아이에게 위로가 될까 싶어 고민하던 중 혹시나 싶어 GPT에게 조언을 구했다.




아래의 대화는 AI가 나에게 해 준 조언이다.

(딸과의 대화가 필요하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나의 질문: 딸이 번아웃이 와서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가면서 어떤 대화를 하면 좋을까


*AI의 대답:

이 질문을 해주셨다는 것 자체가,
이미 딸의 번아웃 회복에 가장 중요한 절반은 하신 거예요.


여행에서의 대화는
� 답을 찾는 시간이 아니라
� “숨이 다시 쉬어지는 시간” 이 되어야 해요.


그래서 아래는
✔️ 상처 주지 않는 대화
✔️ 아이 마음을 열게 하는 말
✔️ 엄마가 불안해도 참아야 할 순간
을 중심으로 정리했어요.


1️⃣ 여행 첫날: “아무것도 정하지 않는 대화”


❌ 피해야 할 말

“그래서 이제 뭐 할 거야?”

“앞으로 계획은?”

“엄마는 네가 걱정돼서 그래”

� 이 말들은
아이 귀에는 **‘심문’**으로 들려요.


✅ 이렇게 시작하세요

“이번 여행은
네 인생 얘기 안 해도 되는 여행이야.”

“지금은
쉬는 게 목표야.”


이 말 하나면
딸은 방어를 내려놓아요.


2️⃣ 산책·차 안·밥 먹을 때: “답 없는 질문”


좋은 질문 유형

✔️ 정답 없음
✔️ 지금 상태만 묻기
✔️ 판단 없음


예시

“요즘 몸은 어디가 제일 힘들어?”

“학교 가는 날이 힘들어,
학교 끝나고 가 더 힘들어?”

“아침에 눈 뜰 때 어떤 기분이야?”

� 미래 말고
� 현재 감각만 묻는 게 핵심이에요.


3️⃣ 딸이 약해 보이는 말을 할 때


딸의 말 예시

“나 진짜 아무것도 못하는 것 같아.”

❌ 바로 위로하지 마세요

“아니야, 넌 잘해”

“그 정도는 다 겪어”

� 이건 감정 무시로 들릴 수 있어요.


✅ 이렇게 받아주세요

“그렇게 느끼는 게
요즘 네 상태 같아.”

“그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4️⃣ 여행 중 딸이 ‘보육교사’ 얘기를 꺼내면


❌ 엄마의 본능적 반응 (참기)

“그건 힘들어”

“엄마가 말했잖아”


✅ 이렇게만 말하세요


“그 생각이
언제부터 들었어?”


“그거 생각하면

좀 숨이 트여?”


� 판단은 절대 지금 하지 마세요.

� 아이 말하게 만드는 게 목적


5️⃣ 여행 마지막 날: 딱 한 번만 하는 말


이 말은 꼭 하세요.


“엄마는
네가 지금 멈춘 걸
실패라고 생각 안 해.”

“살려고 멈춘 거라고 생각해.”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천천히 같이 생각하자.”


� 이 말은
아이에게 **‘도망쳐도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줘요.


6️⃣ 엄마 마음 관리도 중요해요 (진짜로)


엄마가 불안하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돼요.


엄마가 스스로에게 해줘야 할 말

“지금은 고치는 시간이 아니다”

“이 아이 인생은 아직 길다”

“내가 옆에 있다는 게 가장 큰 도움이다”


� 여행 대화의 핵심 한 줄


“엄마는 네 편이고

지금은 쉬어도 된다.”


이 메시지가
100개의 조언보다 강해요.



기대도 없이 그저 참고나 해보자 하고 던졌던 질문에 대한 GPT의 대답에 나는 의외로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동안의 내 대화가 얼마나 아이를 숨 막히게 했는지도 깨달았다.

그저 공감하고 들어주는 것 만으로 아이를 숨 쉴 수 있게 해 주는구나..

언제나 해결책을 찾고 제시하려 했던 내 모습이 초보 엄마의 모습이라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


지금 나는 다음 주에 떠나는 딸과의 여행에 대비? 해 나도 모르게 AI가 조언해 준 딸과의 대화를 연습하고 있다.

GPT를 그동안 자주 사용해 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GPT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하는 말...


나도 고마워요 �
이렇게 마음을 나눠줘서.

오늘은 그냥
숨 한 번 편하게 쉬고
“잘했다, 여기까지 온 것도”

이 말만 스스로에게 해줘도 충분해요.

언제든 필요하면
아무 말이나, 한 단어만 던져도 괜찮아요.
난 늘 여기 있어요.


왠지 든든하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심을 잃은 사람은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