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잃은 사람은 답이 없다.

by JIPPIL HAN

요즘 한 유명인의 논란을 지켜보다가 오래전 잊고 지냈던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이상할 만큼 둘은 닮아 있다.
말투도, 태도도, 주변을 소모시키는 방식까지.


나에게 그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 늘 ‘김 사장’이었다.

그녀는 대학 시절, 모두가 부러워하던 사람이었다.
항상 존재감이 컸고, 술자리를 주도했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호탕함은 매력처럼 소비되었고, 약간의 무례함은 ‘성격’으로 포장되었다. 그 시절 우리는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문제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낳고 경력이 끊긴 채 지내던 시절, 그녀는 나를 자신의 회사로 불러들였다.
그때 나는 내가 동경하던 그녀를 다시 한번 친구로 만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 안에서의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이었다.


돈이 벌기 시작하면서 막강한 지위가 생겼으며,
그녀는 점점 사람을 ‘관계’가 아니라 ‘도구’로 대하기 시작했다.
회사 안은 늘 긴장 상태였고, 갈등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 방치된 폭발물처럼 굴러다녔다.


나는 현장을 관리하며 사람들의 말을 그녀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현장에서는 ‘사장의 스파이’로 경계받았고 사장에게서는 더 많은 보고와 더 빠른 충성을 요구받았다.
중간에 선 사람은 늘 가장 먼저 닳아 없어지는 법이다.


술자리는 또 다른 지옥이었다. 술이 들어가면 그녀는 통제력을 잃었다.
말은 거칠어져 욕설을 밥먹 듯했으며, 분노는 거리낌 없이 쏟아졌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회식 상대가 아니라 감정의 배출구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끝까지 남아 그녀를 챙겨야 했고 그 역할은 언제나 ‘가까운 사람’의 몫이었다.
나는 그 가까운 사람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모든 다음 날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루가 시작되었다.
사과도, 설명도 없었다.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는 말이 모든 것을 덮었다.

결국 나는 회사를 떠나기로 했고 그 선택은 곧바로 적대의 이유가 되었다.

내가 회사의 기밀을 빼돌렸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을 업계에 퍼뜨렸고 관계는 순식간에 단절되었다.

결국은 업계에서 그녀가 매장당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러 지금은 모든 사업을 접고 다단계 영업을 하러 다닌다고 들었다.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서 멀어지는 순간 친구가 아니라 위험 요소가 되는 것이다.


그녀 역시 쉬운 삶을 산 사람은 아니었다.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었고, 버텨온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고생은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 수도, 혹은 자신이 무엇을 해도 된다고 착각하게 만들 수도 있다.

문제는 그녀가 자신의 변화에 대해 단 한 번도 멈춰 서서 돌아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항상 문제를 주변에 있다고 돌렸으며 상처받은 사람들은 그저 그 사람들이 예민한 거라 치부해 버리고
자신은 늘 “원래 그런 사람”일뿐이었다.


그렇게 사람은 하나둘 곁을 떠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무도 남지 않는다.

권력과 돈, 유명세는 사람의 본성을 바꾸지 않는다.

다만 드러내는 속도를 빠르게 할 뿐이다.
초심을 잃은 사람은 대개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믿는다.


요즘 매일 새로운 폭로들로 파묘되고 있는 유명인의 뉴스들을 보며 나는 오래전 그 ‘김 사장’을 떠올린다.
사람이 망가지는 방식이 놀라울 만큼 둘이 닮아 있다.

부디 제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좋은 인간으로 거듭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파워E가 위기에 대처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