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현관 벨이 울린다. 보리가 멍멍 짖어댄다.
월패드 화면으로 보니 앞집 할머니다.
짖어대는 보리를 안고 문을 열어보니 할머니가 안 계시다.
어디 가셨지? 하고 보니 손잡이에 비닐봉지 하나가 걸려있다.
탐스런 포도 세 송이다.
보리가 더 짖을까 봐 걸어놓고 가셨나 보다.
뭐든 많이 사면 나눠주시는 할머니.
사실 우리 층에는 셋집이 사는데 할머니는 유독 나만 이뻐하신다.
4년 전 이 집에 이사올 때 인테리어로 인한 소음에 대한 양해의 글과 함께 아래 윗 집 총 여섯 집에
각각 롤케이크를 돌렸었다.
벨 누르기도 미안해서 현관에 걸어놓고 왔었다.
그 여섯 집 중 유일하게 앞집 할머니 만이 벨을 누르시고 답례품으로 귤을 한 보따리 가지고 오셨다.
" 롤케이크 너무 맛있게 먹었어~ 뭘 그런 걸 다 주고 그래요~
인테리어들을 그렇게 해대도 그런 거 신경 쓰는 사람 요즘 없는데.. 정말 고마워요~"
낯선 곳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나에게 할머니는 온기가 가득한 말씀과 함께 정 한 스푼을 선물해 주심으로써,
'아 이곳에서 앞으로 내가 잘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을 주셨다.
그 이후로 손이 큰 할머니는 뭐든 많이 사시면 우리 집에 나눠주곤 하셨다.
그동안 얻어먹은 것만도 감자, 양파, 고구마, 사과 등 셀 수도 없다.
나는 할머니가 평소에 잘 사드시지 않는 쿠키나 빵등을 선물하곤 했다.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기 쉬운 각박한 이 세상에 앞집 할머니는 나에게 늘 이렇게 살아가는 여유를 주신다. 이래서 세상은 아직 살아갈 만한가 보다.
오늘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따뜻한 포도' 잘 먹겠습니다 할머니.
명절에 할머니댁에 선물 하나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