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선택

by 아빠의 우주

어느 날, 뉴스를 보다가 문득 멈춰 섰다.

NASA가 소행성 베누(Bennu)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유기물이 발견됐다는 소식이었다


탄소, 수분, 아미노산의 흔적들

즉, 생명의 재료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행성이라는 게,

어쩌면 지구라는 난자를 찾아온 정자와 같은 존재 아닐까


너무나 광막한 우주 속에서

무수한 시간과 공간을 떠돌던 생명의 씨앗이

지구 같은 조건을 갖춘 행성에 닿는 그 순간

그건 마치

우주가 생명을 ‘수정(受精)’시키는 방식처럼 느껴졌다


과학자들은 말한다.

이 우주의 어딘가엔

우리보다 먼저 숨 쉬었던 존재가 있을 수도 있고,

아직 피어나지 않은 생명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 같은 교차의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것


하늘을 올려다보면

수많은 별들이 흩뿌려져 있고,

그 사이를 떠다니는 보이지 않는 조각들이 있다


그 조각들 중 하나가

수십억 년 전의 지구에 닿았고,

그 작은 흔적이

언젠가 우리 모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


어쩌면 생명이라는 건

그렇게 시작되는 걸지도 모른다

멀고도 고요한 우주의 정자 하나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단 하나의 행성을 찾아

조용히 다가오는 것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작고 놀라운 충돌의 결과다


그렇게 시작된 생명은,

각자의 시간 속에서 삶을 살아간다


당신은 그냥 있는 게 아니다

그건, 아주 오래된 우주의 선택이었다









작가의 이전글안녕,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