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밥/구향순

가시처럼 찌르는 설움

by 향순

아들과 밥


어머니가 치매행 기차에 오르셨다

종착역이 어디인지 모르는 먼 기차

서울 살림은 아내에게 맡기고

혼자 어머니 곁으로 내려온 큰아들

반가운 아들을 위해 밥을 짓는다

어릴 때 배 골렸던 것이 안쓰러워

쌀을 푸고 또 퍼서 솥단지 가득 지은 밥

놋사발에 고봉으로 눌러 퍼 놓고

야야 배고프지 얼른 먹어라

다섯 살짜리 어린애를 보는 듯

절절 흐르는 갸륵을 담아

당신 밥 한 숟가락 더 퍼 얹는

아들은 설고 탄내 나는 밥을 씹는다

목울대를 가시처럼 찌르는 설움을 삼키며

다른 것은 다 잊으셨는데

아들 배 골렸다는 기억만 붙잡고 사시는

밥 먹는 아들이 좋아 식사도 잊으신 가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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