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모먼트 주의보 발령
오늘은 좀 진지한(?) 고민(?)을 써볼까 해.
출판사에 다니면서,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출판'이란 무엇일까에 관해 짧게 고민해 본 내용이야.
개인적일 수도 있고 추상적일 수도 있지만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해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눠볼 수는 있을 것 같아서 썼어.
너희도 각자 출판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주면 좋겠어.
그럼 시작할게.
출판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물질의 확산(?)이었어. (내가 어울리지 않게 이과거든....)
중학교쯤 학교 다닐 때 실험하던 건데,
물에다 파란 잉크를 떨어뜨리면 휘휘 젓지 않아도 금방 골고루 섞여서 옅은 파란 색이 되는 뭐 그런 거였어.
난 이게 이상적인 출판의 느낌이랑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했어.
한 사람의 생각을 퍼트려서 세상의 색을 조금씩 바꾸는?
근데 여기서 간과한 게 있더라구
모든 물체를 떨어뜨린다고 확산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야.
확산의 조건이 대표적으로 세 가지가 있어.
아래 조건을 만족하지 않으면 아주 느리게 확산되거나, 앙금이 되어 깔리거나, 절대 섞이지 않는 상태로 있기도 해.
1. (확산되는) 입자가 (대체로 매질보다) 가벼워야 한다.
2. (확산되는 물질 혹은 매질의) 온도가 높아야, 뜨거워야 한다.
3. (확산되는 물질) 입자가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매질이 물질을 잡아당기는 힘보다 약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확산되는 물질'이 '출판물'이라고 가정해 보면
얼추 우리가 마주한 출판 시장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먼저 1번,
세상보다 무거운 생각을 담은 출판물은 예술적, 학술적 가치를 가질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탓에 많이 사랑받기 어려운 것 같아.
그다음으로 온도가 높아야 한다는 건데,
아래 두 가지가 다 포함되는 사항이야.
사회의 지식 전달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상태이거나
출판물의 내용 자체가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을 만한 상태(이슈성)일 거야.
마지막 3번은 좀 어려울 수도 있는데 출판의 방향에 관한 거야.
출판하는 지식이나 생각의 궁극적 목적이 '나눔'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 생각을 오롯이 적는 것'보다 '사람들이 내 생각을 즐기게 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태도.
이건 어쩔 수 없이 어떤 형태로든 출판물에 드러날 수밖에 없거든.
그리고 결국엔 그런 책들이 내용을 불문하고 잘 팔리는 편인 것 같아.
물론 '출판은 무조건 판매량이 중요하다.'라고 한정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인 출판사나 작가의 형편상 판매량은 참 중요하니까.
이런 특징들 말고도
미디어적인 특성과 역할, 종이책이라는 상품의 특수성, 일반적인 기업의 상품 판매와 다른 점 등
이야기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긴 글을 정리하면 난 '출판'을 아래처럼 쓰고 싶어.
세상이 너무나도 넓어서
우리가 떨어뜨리는 생각이 잘 안 보이더라도
이곳저곳 휘휘 저으며 조금이나마 세상의 색깔이 바뀌길 기대하는 것,
그게 출판이라고 생각해.
이상, 잉푸피의 출판에 관한 망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