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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핀 쪽으로

소년이 온다 6장

by 창복

눈물이 왈칵 올라와 눈 전체를 덮었다.

동호 어머니의 독백은 처절하게 슬펐다.

중학생인 아들 동호를 잃고 가슴이 저미도록 꿈에라도 보고 싶어 하는 어머니의 독백이 나를 울렸다.

관에 있는 아이의 얼굴이 왜 이리 희냐고, 총에 맞아 피를 너무 쏟은 탓에 몸도 가볍고 얼굴도 희다고 하는 독백은 가슴을 찌르는 슬픔이었다.


글을 읽으며 대학교 2학년, 5월에 보았던 같은 과 동기의 얼굴이 오버랩되었다.

키가 작은 편에 몸매는 다부진 편이었고 얼굴은 여드름이 나있는 더벅머리를 한 시골 총각 같은 아이로 광주에서 서울로 유학을 왔었다.

친한 사이도 아니고 어울리던 사이도 아니라 그냥 아는 사이로만 지내고 있었다.

교내 거리 중간에 사진 여러 장을 붙인 보드를 세워두고 말없이 걸터앉아 있던 모습을 기억한다.


흑백 사진들이었다.

사진에 대한 설명이 쓰여 있었다.

여러 번 오고 가며 흘려보다가 사진을 목도한 건 축제의 끝날이었다.

5.18

처참하고 잔혹한 사진을 믿을 수 없었다.

사진들 사이로 파란 매직펜으로 써놓은 부가적인 설명은 더 끔찍했다.

완전 무장을 한 군인이 같은 동족인 민간인을 전쟁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총과 칼과 모진 고문으로 죽이고 또 죽였던 그날,

나이 어린 중학생, 고등학생들과 더군다나 힘없는 여학생들은 물론 지나가던 임신부를 총과 칼로 도륙을 했다는 설명은 믿기 힘든 충격이었다.


그 아이와 그날 저녁 막걸리를 한잔 하며 얘기를 나눴었다.

자기 집에선 큰형을 잃었고 한집 걸러 한집에 희생자가 있었고 어느 집은 자식 둘까지 잃었다고 한다.

집안 분위기는 가라앉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지나면서 친구들의 상처도 깊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말을 조심하고 되도록이면 말을 삼가고 그래서 교실 분위기는 차분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들에게 남겨진 무거운 짐 같은 숙제가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최루탄과 경찰들의 시위 진압봉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폭압 안에 살고 있고 여전히 독재자 전두환이 설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한다.


다른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파했었다.

그 아이는 다음 학기에 군에 입대한다고 했었다.

1학기가 끝나며 그 아이를 더 이상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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