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바람이 분다.
바다 내음을 품고 폐부까지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친근함을 전한다.
잠깐 잊었던 샌프란시스코 공기를 맛본다.
그리고 드디어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여보, 고생 많았고 수고했어”
1시간을 기다려 짐을 찾고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공항 대합실로 나오니 반가운 작은애가 기다리고 있다.
가볍게 포옹하고 인사하고 주차장으로 걸으며 그간 얘기를 나눈다.
살갗으로 전해지는 건조하지만 시원한 바람이 걸음에 활기를 더한다.
“아빠, 어디로 갈 거야?”
“일단 프리몬에 있는 한국 마트 먼저 가고 더블린에 가서 짜장면을 먹자”
집에 도착하니 날이 어슴프레 저물고 있다.
이젠 여기가 집이란 생각이 든다.
어느 날부터 한국보다 여기가 더 편해졌다.
좋고 나쁘고의 얘기가 아니라 마음의 편안함에 대한 생각이다.
시차와 상관없이 우린 저녁 일찍부터 잠에 들었다.
여행가방은 마루에 덩그러니 세워두고 와이프와 난 편안함에 푹 빠져들었다.
다음날 새벽에 잠이 깬 난, 언제나처럼 커피를 내리고 와이프를 깨웠다.
강아지와 고양이도 평소 하던 대로 밖을 오가며 아침을 함께 했다.
일요일 아침, 봄 햇살이 2층 실내로 내려 쪼여 실내 전체를 밝힌다.
마침 한국 공항 책방에서 구매한 책을 펼치고 LP 판을 돌린다.
책 내용은 슬프고 가슴이 아픈데 음악과 햇빛은 나를 따듯하게 감싼다.
비로소 긴장하던 마음이 풀린다.
마음이 푸근해진다.
깜박, 행복한 낮잠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