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희귀한 병이다.
멀쩡하게 생겼는데 멀쩡하지 않다.
다른 사람과 접촉이 일어나면 살갗이 아프다.
언제부터 살갗이 아팠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대강 성인이 되는 때로 짐작을 한다.
또렷한 기억 중 하나는 군대 신병 교육 때로 첫 사격을 하고 난 후에 일어났던 사건이다.
내 옆 사로에 있던 훈련병이 총구를 하늘로 든 상태로 실탄을 발사하는 오발 사건이 터졌었다.
순간 죽음과 삶의 교차점이 몇 미터 차이로 있다는 걸 깨닫고 전율을 느꼈다.
훈련하던 사격장의 분위기는 살벌해졌고 여기저기에서 고함이 터지고 윽박지름이 계속되었다.
난 극도의 긴장으로 어지러움이 일었다.
교관의 고함과 얼차려에도 몸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그때 다른 훈련병이 쓰러진 나를 일으키려 부축할 때 어깨와 팔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마치 몸살을 앓을 때처럼 몸이 닿았던 곳의 통증이 심했다.
누구는 꾀병이라고 웃어댄다.
누구는 거짓말쟁이라고 손가락질한다.
누구는 정신병이라고 하고
누구는 신내림 굿을 해보라고 한다.
이미 연애는 실패했다.
소개팅으로 만난 첫 번째 그녀의 손을 잡았었다.
살갗이 아팠지만 참았다.
두 번째 손을 잡을 때도 살갗은 아팠다.
술을 마시고 고통을 잊으려 했었다.
늦은 밤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포옹을 했다.
온몸이 불에 덴 듯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다.
그녀를 강하게 밀쳐냈다.
그녀는 떠났다.
두 번째도 세 번째의 그녀와도 그랬다.
난 새로운 그녀에게 비치는 내 모습이 싫어 숨었다.
난 사랑이 두렵다.
회사 동료들은 나의 특이한 행동을 보며 사람을 혐오하는 인간이라고 쑥덕거린다.
영업사원이 악수를 청하지 못한다.
고객과 손을 잡을 수 없다.
계약 체결을 맺으러 온 고객과 악수를 하는데 살갗의 아픔으로 인해 내 얼굴이 굳었었다.
고객들은 나를 피했고 찾아오는 고객은 다른 동료를 찾았다.
고객들을 차지하는 동료들과 싸웠다.
결국 난 고객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동료들과 협동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퍼졌다.
살갗의 고통이 반복될수록
회사 생활은 고립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성과는 나빠지고 자리는 밀려났다.
난 사회가 두렵다.
혼자 하는 자전거 여행이 좋다.
혼자 하는 비디오게임이 좋다.
혼자 하는 독서나 영화관람이 좋다.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술을 먹어도 좋다.
하지만 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
남들과 똑같이 손을 맞잡고 싶다.
무의식적인 접촉에라도 아프고 싶지 않다.
자유롭게 연애하고 호기롭게 살고 싶다.
언제 이 살갗이 아픈 희귀병이 나을까?
사회를 사는 건 이렇게 어려울까?
난 간절히 그녀를 만나고 그들과 호흡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