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
작은 아이는 어릴 적 친구가 없다.
초등학교 2학년 5월까지가 한국에서 보낸 시절이니 연락할 친구는 없었다.
한국에서 보낸 어릴 적 추억을 좋아하긴 하지만 친구가 없다는 건 단팥빵에 단팥이 빠진 상황이랄까.
아쉬운 대목이었다.
이번 해의 초였다.
“아빠, 지민이라고 기억나?”
“응? 모르겠는데 누구야?”
“있잖아, 쿠퍼티노에서 같은 아파트 살던 친구, 학교도 같이 다니고”
“음,,,,, 얼굴은 잘 생각은 나지 않는데 너하고 놀던 아이가 둘이 있었지”
“그래그래, 남동생이 있는 집이고 중간에 한국으로 갑자기 들어갔잖아. 근데 연락이 온 거야”
“어떻게 연락을 해? 전화번호도 모르는데”
“인스타로 연락이 왔어, 자기 지금 미국이고 가족끼리 여행 왔다고. 그래서 만나기로 했어”
작은 아이와 같은 또래로 한국에 살고 있는데 대학도 이제 졸업하고 취업이 되었고 여행을 왔다고 한다.
작은 아이가 토요일에 짬을 내어 친구를 만나고 같이 점심도 먹으며 옛날 얘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같이 찍은 사진을 보내왔는데 어릴 적 얼굴이 약간 보이고 이제는 성인이 되어 못 알아볼 정도였다.
어릴 적엔 안경을 썼고 햇빛에 그을려 피부는 까마잡잡했고 키도 작았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한국에 놀러 오면 연락하라고 하며 헤어졌단다.
“아빠, 지민이 오늘 만났는데 얼굴이 완전 달라졌어. 코를 했어, 저번하고 또 달라, 첨에 못 알아봤잖아”
작은 아이가 분당에서 친구를 만났던 얘기를 늘어놓았다.
엄마 드시라고 도넛을 호텔로 사왔는데 엄마가 처음에 못 알아 봤다는 얘기며
엄마가 지민이가 착하고 예쁘다는 말을 지민이에게 했다는 얘기며
성형을 해서 많이 이뻐졌다는 얘기며 인생 네 컷도 같이 찍고 놀았다는 얘기들이었다.
한국에선 이제 성형이 너무 일반적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에 가기 전에 작은 아이가 엄마와 다퉜었다.
엄마는 강남에 있는 지인의 성형외과에 예약을 해서 바로 쌍꺼풀 수술을 하자고 했다.
작은 아이는 마음이 복잡했다.
반은 하고 싶지만 절반은 두려운 생각이었다.
수술 날짜를 정하고 간다는 것에 막연한 저항감이 있었던 것이다.
“아빠, 만약에 눈썹문신과 쌍꺼풀 수술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뭘 하라고 할 거야?”
작은 아이는 미국에서 친구를 만나고 난 이후로 줄 곧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주변의 아이들 중에 성형 수술을 하고 인싸가 되었다는 아이의 프로필도 보여주고
특히 지민이를 오랜만에 만나고 나서 고민을 했었나 보다.
그리고 쌍꺼풀 수술이 한국에 방문하기 전에 결정을 봐야 할 주제가 되었다.
결국 상담을 먼저 하고 결정을 하기로 하고 한국에 도착한 것이다.
상담 후 작은 아이는 수술을 하기로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
작은 아이의 무쌍의 시절은 오늘까지다.
“잘 수술받고 이쁜 모습으로 영상통화를 해야 할 텐데,,, 기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