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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소중한 시간

관계와 기억

by 창복


인연은 때로 고통을 수반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연은 고통이다.


마치 인연은 살에 붙은 두꺼운 아교 접착제 같다.

떼어내려면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풀이라면 물로 간단히 제거할 수 있지만 아교는 그렇지 않다.


나이 들수록 인연을 만들지 말라고 한다.

정이 가고 손이 가는 건 자기의 체면 껏 하면 된다지만

말 한마디, 표정 하나라도 조심해야 하는 건 인연이 만드는 복잡성이다.

더군다나 좋은 인연이나 몹쓸 인연 따위가 한동안 자신을 괴롭히기도 한다.


그런데 숙명적인 인연이 있다.

가족이다.

부부는 좋아하니 남으로 만나 0촌의 연을 맺었지만 형제자매들은 서로가 의도적으로 선택을 한 것도 아니다.

우연이거나 무계획적인 시작이었고 떼어내거나 자를 수 없이 융합이 된 상태이다.


가족 중에서도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은 오묘하다.


가족사진이 디스플레이 액자에서 하나둘 보인다.

거실에서 같이 춤추며 놀던 때, 지친 몸으로 음식점에서, 아이들 졸업식, 한국에서 겨울여행하며, 늦은 저녁 동네 커피숍에서 등등.

아이들과 함께한 소소하지만 순간의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는 각각의 모습이 시간대를 넘나들며 보여진다.

켜켜이 쌓여있지만 기억하지도 못하는 수많은 대화들이 사진을 통해 상기되는 듯하다.


“아빠, 차 한잔할래?”

“응, 좋아”

“난 붓기차 마실래, 아빠도? “

“아니, 그건 내 타입 아니야”

“그럼 아빠 타입은 뭔데?”

“…………. 돌고래?”


저녁을 간단히 먹고는 작은 아이와 말잔치를 즐긴다.


“어! 엄마한테 일러야지?!”

“언니는 뭐라 그러는지 언니한테도 물어봐”


평범하지만 소중한 기억들이 많다.

지금도 그런 순간 중 하나의 시간이 지나는지 모르겠다.


1분 1초가 아깝다.

이제까지 늘 있었지만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평범한 소중함이 순간으로 흘러가니 아깝다.

사색해 보고 시선을 바꿔 시각적 구도를 탐구하고 혼자 흥얼거리기도 하고 아무 말이나 아이들에게 던져본다.


“내일은 피자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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