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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친구

by 창복

급행열차가 내달려 온다.

마침 플랫폼으로 들어섰을 때 서울역으로 가는 열차가 들어선다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4시 45분에 서울역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고

친구는 KTX를 타고 그 시간에 올 예정이다.

마음이 달리는데 열차는 이미 예약된 듯 지각없이 내달려 오고 있다.


우리는 둘도 없는 친구지만 1년에 한두 번 연락하는 사이다.

누구는 오해할 수 있는 대목일 수 있다.

친구라면서 그것도 절친이라면서 1년에 한두 번 연락하는 사람이 무슨 둘도 없는 친구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거나 어쩌거나 우린 8살부터 친구다.


“어이, 친구!!”


롯데리아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반가운 얼굴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진짜. 오래간만이다. 어떻게 잘 지냈어?”


친구는 안부인사를 건넨다.

건조한 인사일지라도 그 단순한 보통의 말들 속엔 우리가 못 본 그동안의 시간들을 뛰어넘는 암묵적인 친함이 배어있다.


악수하고 어깨 포웅을 하고 웃으며 1호선 지하철역으로 발길을 옮긴다.

남자들의 수다가 이어지고 긍정과 이해 그리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오고 간다.

과하지 않고 덜하지도 않은 말들이 이어진다.


“요즘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 시 들러야 하는 필수코스 중의 하나가 광장시장이야”

“그래? 들어봤어. 그런데 여기가 거기야?”

“응, 너도 외. 쿡. 싸. 람. 이니까 여기는 가봐야지”


종로 3가에 내려 세운상가를 지나고 종묘를 지나니 광장시장이 보인다.


“내가 맛집을 찾아놨어. 먼저 줄 서서 먹는다는 호떡집에 가자”


친절한 시민(?)에게 물어 광장시장의 먹자골목을 안내받고 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외지에서 몰려들어온 북적이는 인파들 구경과 상인들이 즉석에서 만드는 각양각색의 음식들 구경을 하는 사이 우리 둘의 한 손엔 반으로 접힌 호떡이 든 종이컵이 들려 있다.


“이번엔 빈대떡을 먹으러 가자”


빈대떡을 먹고도 한동안 시장을 배회하다 인사동으로 향했다.

매서운 겨울 찬바람이 불었지만 종로시내를 걸으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대학생 때 단성사에서 영화도 같이 보고 그랬었지. 기억나냐? 여기가 피카디리야?”


인사동 뒷골목 중 한 곳으로 들어서고 저녁을 먹을 식당을 찾는다.

갈비 돌솥밥을 시키고 늘 그렇듯이 서로의 주변 얘기를 주고받는다.

우리들의 삶의 철학과 우리들의 주변 삶에 대한 작지만 소중한 담소가 이어진다.

격하지 않는 위로와 뜨겁지 않은 이해는 우리 둘의 특징이다.

말이 적어도,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깊이는 두말할 것도 없다.

처음 만난 국민학교 8살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늘 이랬던 것 같다.


이야기는 찻집의 중정을 비추는 조명을 받으며 생생하게 빛이 나고

고층빌딩으로 가려진 하늘 한편으로 퍼지는 듯하다.


되돌아온 서울역 광장에서 우리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춥다. 빨리 들어가”

“건강하고, 연락하고”


둘은 짧은 말만 하고 헤어짐이 아쉬워 서성거린다.

매운 추위에 패딩 깊숙이 두 손을 깊게 찔러 넣고 발을 동동거리면서 말이 없다.


“자, 빨리 들어가라”


악수를 하며 가벼운 어깨 포옹을 한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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