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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천 Jan 19. 2022

고용량 비타민C의 부작용

비타민C 독성효과


얼마 전 지인이 노화방지에 좋다며 비타민C를 하루 3,000mg씩 복용한다는 말을 듣고 놀란 일이 있다.


비타민C 고용량 요법(megadose vitamin C therapy)은 노벨상 수상자 라이너스 폴링 Linus  Pauling 이 말년에 주장한 만병통치설을 통해 크게 주목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TV 프로그램에 모 교수가 출연하여 소개하면서 90년대 말부터 붐을 일으켰다.


지금은 고용량 요법의 효과를 부정하는 반박 논문들이 이어지면서 그 열기가 많이 수그러들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부작용을 우려하여 고용량 섭취를 권장하지 않는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각종 광고매체에서는 지금까지도 효능을 부풀리면서 과잉섭취를 부추기고 있다. 비타민C의 작용기전을 바르게 이해함으로써 과량 복용에 따르는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한다.




비타민C(ascorbic acid)는 항산화 작용, 신경전달물질 합성 및 면역반응 조절과 세포 사이를 결합하는 콜라젠 합성에 필요한 매우 중요한 비타민이다. 결핍되면 혈관 벽이 약해져서 쉽게 출혈을 일으키고 피부, 관절, 잇몸에 출혈을 일으키는 괴혈병에 걸린다. 그리고 상처가 잘 낫지 않고 뼈의 형성(osteoid 합성 장애)에도 영향을 미친다.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물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필수 성분으로, 물에 잘 녹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으면 오줌을 통해 배설된다.


괴혈병은 기원전 1550년경에 기록된 고대 이집트 의학 문서에 치료법이 소개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 질병이다. 옛날 범선을 타고 항해하던 시절 수개월 동안 채소를 섭취하지 못한 선원들에게 주로 발생했다.

18세기 말까지 영국 해군은 레몬이나 라임 주스를 배급하여 괴혈병을 예방했는데, 당시 라임 주스를 마시는 해군 병사를 보고 'Limey'라고 부르던 것이 이어져 영국인을 부르는 속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는 알코올 중독자나 독거노인에게 어쩌다 발생할 뿐 거의 사라지고 없는 질병이다.



적정 섭취량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하루 필요치는 45mg이며, 미국은 60~95mg,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는 하루 권장량을 100mg으로 정하고 있다. 비타민 섭취를 위해 시판되는 비타민C 제품을 복용하기보다는 자연식품을 통하는 게 더 좋다는 것이 대다수 학자의 공통된 견해이다. 최소한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은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먹어 하루 필요량만큼의 비타민을 섭취하라권장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3년 한국 사람의 평균 섭취 수준은 필요량의 약 98%로 다소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비타민 보충의 필요성이 과도하게 홍보되었고, 오히려 지금은 과잉섭취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고용량 섭취의 부작용


병리학의 대표적인 저서라고 할 수 있는 'Robbins and Cotran Pathologic Basis of Disease, 10th Edition(2020)'에 수록된 내용을 중심으로 과량 섭취의 부작용에 관해 기술코자 한다.


세포 내 마이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 대사 과정의 부산물로 생성되는 활성산소*는 세포막과 DNA를 파괴하여 노화와 암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타민C의 항산화 작용은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노화방지와 암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여 비타민C를 많이 먹으면 암이나 노화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지금도 국내에서 고용량 요법을 암 치료에 사용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고용량 비타민C 요법이 일부 암에 대해 확산을 억제하고 감기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한때 제기됐다. 그 후 미국암협회 등에서 암 치료에는 효과가 없다고 반박했고, 오히려 방광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기도 했다. 우연일 수 있겠으나, 고단위 비타민C 요법을 처음 주창했고 몸소 실천했던 라이너스 폴링은 1994년 전립선암으로 사망하였다. 감기를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한다는 주장 역시 임상실험에서 증명되지 않았다.


비타민C를 과량 섭취하면 신장 결석(calcium oxalate), 용혈성 빈혈, 혈철소 침착증을 일으킨다. 임상적으로는 설사, 구토, 복통, 불면증, 기형아 출산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병리학계의 정설이며 고용량 비타민C 섭취에 따른 독 작용을 경고한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히 배설이 잘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복용하지만 않는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비타민C는 과일이나 채소류에 많이 들어있고 우유와 동물성 식품(간, 어류)에도 함유되어있다. 사계절 신선한 채소와 각종 과일이 넘쳐나는 오늘날은, 평소 편식만 하지 않는다면 비타민C 결핍증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괴혈병 예방을 위해서는 하루 10mg이면 족하다.


많은 학자가 제약회사에서 판매하는 합성 비타민보다는 자연식을 통한 비타민 섭취를 권장하고 있고, 비타민C는 과일 내 다양한 다른 성분들과 섞일 때 제대로 된 효과를 낸다고 주장한다. 고용량 비타민C를 먹어서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거의 없다. 그러나 실험적으로 증명된 부정적인 효과는 여러 논문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즈음에서 논리적으로 생각 하드라도, 고용량 비타민C 복용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상업적인 광고매체의 효능 부풀리기에 현혹되어 비타민C 과잉섭취로 인한 독성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하기를 바란다.





*용어해설


활성산소, 유리기(free radicals)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속에 전자는 항상 쌍으로 존재하는데, 짝을 이루지 못하는 전자를 가지는 물질을 유리기 또는 자유 레디컬(free radicals)라고 부른다. 쌍을 짓지 못한 전자를 가지고 있는 물질은 매우 불안정한 성질을 가지며 자유롭게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닌다고 하여 "free"라는 이름이 앞에 붙여졌다.


체내 여러 가지 물질에서 유리기가 생성될 수 있는데, 산소가 주성분이 되어 만들진 유리기를 산소기라 하고 흔히 활성산소(superoxide anion, hydroxy radical)라고 부른다. 자동차에 휘발유가 연소하고 나면 배기가스가 생기듯이, 호흡을 통해 들어온 산소가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활성산소이다. 활성산소와 유리기는 서로 다른 용어이나 체내에서 생성되는 유리기의 대부분이 활성산소이기 때문에 두 단어를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활성산소는 과격한 운동, 스트레스, 흡연, 자외선 등에 노출되었을 때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1956년 호주 멜버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추적 조사한 결과 모두 60세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고 한다. 그들이 단명한 데는 과격한 운동에 기인한 활성산소가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일정 농도의 활성산소는 당뇨병 억제, 퇴행성 관절염 완화, 면역계 강화 등에 관여하는 중요한 물질이다. 그러나 과도하게 만들어지면 세포를 공격하여 노화와 암을 일으키기 때문에, 활성산소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항산화제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항산화 비타민(A, C, E), 셀레늄, 코엔자임 Q,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제를 너무 많이 먹고 있어, 정상적인 활성산소의 유익 작용을 도리어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Photo by Michał Parzuchowsk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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