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는 겨울이 성수기다. 우리나라처럼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따뜻한 동남아로 몰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격도 조금씩 오른다. 내가 가본 동남아 중 겨울철 가격 변동이 가장 큰 곳은 태국 제2의 도시 치앙마이다.
치앙마이는 '한달살기 성지'가 될 정도로 저렴한 물가를 자랑한다. 하지만 겨울은 모든 물가가 조금씩 오른다. 여름에 치앙마이를 경험했다면 그 차이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치앙마이는 동남아 도시 중 가장 저렴하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도시임은 틀림없다.
치앙마이가 태국의 제2 도시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부산을 생각한다면 실망한다. 수도 방콕은 서울과 비슷하지만 치앙마이는 방콕과 전혀 다른 도시다. 가끔씩 방콕이나 푸켓을 생각하고 치앙마이의 숙소를 찾는 여행객이 있다. 치앙마이에서 해변 리조트를 찾거나 리조트형 호텔을 물색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치앙마이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이고 도시 자체가 작고 올드하다.
치앙마이에서 리조트를 포기할 수 없다면 '라린진다 웰니스 스파 앤 리조트'(Rarin jinda Wellness Spa & Resort))를 추천한다. 지난 여름 1박에 조식 및 세금 포함 7만 원대로 예약했는데, 2023년 1~2월에는 10만 원대로 가격이 뛰었다. 3만여 원 차이지만 장기 투숙을 계획 중인 여행객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호텔 가격은 자주 바뀌니 검색 품을 팔 수밖에 없다.
라린진다 리조트는 올드시티 타패문(Tha Phae Gate) 방향 핑(Ping) 강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올드시티까지 1km 조금 넘고 길이 쉬워 걸어 다닐 수 있다. 아이가 있다면 그랩이나 인드라이버를 타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주위 300m 반경에 크고 작은 식당들이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듬성듬성 있다. 움직이기 귀찮다면 그랩 푸드로 주문해 먹어도 된다. 시외가 아니어서 선택할 수 있는 식당과 메뉴가 많다.
라린진다 리조트는 치앙마이에서 그나마 리조트를 느낄 수 있는 호텔이다. 엄청 크거나 넓지는 않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가성비 호텔 중 하나다. 욕조와 샤워부스가 있는 넓은 욕실과 마룻바닥에 캐노피가 설치된 넓은 퀸 사이즈 침대, 수영장이 바로 내다보이는 넓은 발코니까지. 객실 수는 많지 않고 객실당 크기가 상당히 넓다. 해변가에 있었다면 분명 아주 멋진 리조트였을 것이다.
라린진다 리조트는 다른 로컬 호텔보다 수영장이 넓다. 수영장은 'ㄷ'자 건물(객실)로 둘러싸여 있지만 건물이 낮아 답답함을 느낄 수 없다. 특히 선베드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으면 여유롭기 그지없다. 꼭 바다가 아니더라도, 꼭 대형 리조트가 아니더라도 휴양과 힐링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수영장 물은 자연 배수가 되지만 완전히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수영장 주변 나무 등에서 나뭇잎과 벌레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더럽진 않다.
조식은 호텔 건물 2차선 도로 길 건너 식당, 데크1(Deck1)에서 먹는다. 데크1은 핑강 변에 있어 강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데, 나는 별다른 매력은 찾지 못했다. 황토색인 핑강과 뱀이 나올 듯한 자연 그대로인 강둑이 낭만을 선사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조식은 평범했다. 호텔 마유의 조식이 가장 좋았다. 큰 기대 없이 조식을 먹으면 의외로 만족할 수도 있다.
사실 라린진다 리조트는 스파가 유명하다. 스파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지만 1시간에 700바트 이상으로 시설과 서비스가 고급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나는 스파를 받지 않았지만 라린진다 리조트에 머물다 보면 스파에 대한 자부심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라린진다 리조트는 치앙마이 국제공항이나 마야 쇼핑몰이 있는 님만해민 반대쪽에 있다.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치앙마이 도심 자체가 작기 때문에 이동하는데 불편함은 거의 없다. 반면 치앙마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센트럴 페스티벌과 가까워 이쪽으로 쇼핑 & 휴식 & 식사하러 가기가 편하다. 물론 어딜 가더라도 택시(그랩/인드라이버)를 타고 다녀야 한다.
치앙마이에서 리조트형 호텔에 묵고 싶다면 라린진다 웰니스 스파 앤 리조트를 추천한다. 다시 치앙마이에 가게 된다면 이곳을 예약할 것이다. 아내도 좋아할 만한 숙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