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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후 Jan 13. 2022

러쉬(LUSH)

한 성격하는 친환경 브랜드

브랜딩에 있어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관된 메시지"입니다. 러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친환경"인데, 제품부터 전개하는 캠페인까지 모두 한 방향으로 잘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파격적입니다. 그래서 러쉬의 행보를 지켜보다면 "이 브랜드는 정말 한 성격하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창업자의 철학이 반영된 제품

  창업자인 콘스탄틴의 뷰티 철학부터가 "자연주의, 친환경 주의"입니다. 더바디샵에 제품을 납품할 때도 그랬고, 러쉬를 창업할 때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제품의 생산부터 버려지는 순간까지 환경을 생각합니다.

 러쉬는 제품 원료의 가공을 최소화합니다. 그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또 소비자가 사용하는 도중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화학성분은 최대한 배제한 채 생산을 합니다. 특히 유통기한이 식품 정도로 밖에 안될 만큼 방부제 사용을 최소화합니다. 그래서 러쉬는 로컬 생산을 지향합니다. 러쉬는 친환경의 생산 과정을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자신들의 공장을 "키친(kitchen)"이라고 부릅니다.

러쉬가 성분 가공을 최소화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매우 유명한 일화. 팥 스크럽에서 떨어져 나온 팥알 하나가 욕조 배수구에 떨어졌는데, 시간이 지나 그 판알이 싹을 피웠던 것.




2.  러쉬는 입욕제? N0! 러쉬의 친환경 캠페인의 극치, 블랙 팟(BLACK POT)


러쉬를 입욕제 브랜드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러쉬의 아이덴티티의 진면모는 블랙팟 라인입니다. 블랙팟은 러쉬에서 개발한 친환경 용기입니다. 일단 생김새부터 화분 모양으로 독특하고 5개를 모으면 매장에서 새로운 제품으로 교환해 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회수된 블랙팟은 재활용되어 새로운 블랙팟이 됩니다. 블랙 팟 친환경 캠페인은 성공하면서 블랙팟은 러쉬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블랙 팟 모양만 보연 러쉬를 떠 올릴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블랙 팟이 러쉬의 친환경 정책의 극치라고 이야기하는 데는 캠페인의 성공보다 더 큰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그들의 진정성 때문입니다.


 러쉬가 미국 서북부 지역에 진출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앞서 말했듯 러쉬는 로컬 생산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는 용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왜냐하면 용기를 먼 곳에서 생산해서 가지고 오면 석유 같은 원료를 보다 많이 사용해야 해서 탄소가 필요 이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 서북부에 진출했을 때도 러쉬는 블랙 팟을 지역 공장에서 생산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용기의 신규 생산은 가능한데, 재활용 공장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블랙 팟을 회수하여 재활용하는 정책을 펼치기 어렵다는 뜻이었습니다. 여기서 러쉬의 "친환경 정책의 극치"가 나옵니다. 놀랍게도 러쉬는 블랙팟 제품을 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에 직접 투자하여 재활용 공장을 세우는 등, 재활용 시스템 환경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재활용을 시스템을 모두 갖추는 데까지 2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때서야 블랙팟 제품들이 미국 서북부에 론칭되었습니다.



3. 과대 포장을 반대한 파격과 충격의 착한 캠페인

러쉬는 "친환경"이라는 메시지를 러쉬만의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도가 텄습니다. 보통의 브랜드들처럼 유명인을 모델로 하거나 TV 같은 대형 미디어를 활용하는 마케팅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착하지만 파격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니들은 이렇게 해야 들어 처먹잖아!"라는 식의 퍼포먼스를 펼칩니다. 정말로 한 성격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캠페인의 목적을 알게 되면 충격받았던 마음이 가시고 러쉬에 대한 좋은 인식만 남게 됩니다.  

저 역시도 10년 전 강남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속옷만 입은 채로 돌아다니며 시위 퍼포먼스를 하는 "네이키드 캠페인"을 직접 보고 그것에 경악하며 "러쉬"라는 이름을 내 머릿 속에 강제로 되었습니다. 물론 좋은 인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후에 화장품의 과한 포장에 반대한다는 메시지인 것을 알고 난 후 러쉬에 대한 이미지가 호감으로 급변하였습니다. 러쉬의 네이키드 캠페인은 제가 지금껏 경험한 모든 브랜드 캠페인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10년이 지났는데도 말입니다.

지금도 러쉬는 과대 포장을 반대하는 다양한 실험을 시행하고 습니다.



4. 중국 시장을 포기한 동물실험반대

화장품 업계 사람이라면, 아니 어느 분야던 중국 시장의 크기와 파워를 다 알 것입니다. 그런데 러쉬는 중국시장을 거부했습니다. 화장품이 중국에 들어가려면 동물실험 데이터를 제출해서 인간에게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러쉬는 동물실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중국의 이런 정책이 존재하는 한 중국 시장 진출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입니다. 보통은 편법을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는데, 대단한 고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타 . 친환경 외 러쉬만의 차별화 전략

1) 제품의 신선함을 돋보이게 하는 제품 디자인 & 인테리어

러쉬의 디자인과 인테리어에서도 "신선함과 친환경" 메시지를 돋보이게 합니다. 러쉬의 디자인의 콘셉트는 "과일가게"입니다. 제품은 다채로운 과일처럼 알록달록한 다양한 칼라를 띄고 있으며, VMD 또한 과일 가게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에 과일 깔아 놓고 팔 듯 제품을 쭈욱 깔아 놓고 쌓아 놨습니다. 과일을 구매하면 종이봉투에 포장해 주 듯 러쉬도 그렇게 포장을 해주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은 고객들이 브랜딩을 체험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공간입니다. 러쉬의 이런 VMD 전략은 고객들이 과일을 연상하게 만들어 "러쉬의 제품은 신선하다"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2) 퍼포먼스가 눈에 띄는 제품 그리고 직원들

러쉬의 제품 개발에 있어서 핵심 키워드는 사용할 때의 즐거움입니다. 그래서 러쉬는 다른 화장품 브랜드가 가지지 못하는 위트있고 신기한 제형들이 많습니다. 저도 신기해서 사본 경험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직원들도 성격이 매우 밝은 사람들로 채용을 합니다. 고객들이 러쉬만의 즐거움을 알 수 있도록 안내하는 안내자가 그들의 역할입니다. 고객 한 명 한 명에 그 즐거움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러쉬는 다른 매장보다 많은 매장 직원을 채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또 러쉬의 제품들은 향의 강도를 진하게 함으로써 러쉬의 매장을 지나가기만 해도 그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제품에 확산성 강한 향의 농도를 높게 사용한 것은 후각은 기억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러쉬를 더 쉽게 기억하게 하고자 하는 고도의 전략이 깔려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저 역시도 브랜딩을 하는 사람이지만 러쉬처럼 파격적인 캠페인은 생각해내기 어렵습니다. 설령 아이디어를 낸다고 해도 실행하기는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러쉬는 매체를 통해 앉아서 소비자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행동합니다. 굉장한 용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는 러쉬의 브랜딩이 파격적이만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성이 있기에 과감하고 파격적인 행보에 거침이 없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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