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효과로 세계를 리딩하는 칼라 브랜드
패션, 산업디자인, 특히 인쇄물 관련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소비자가 좋아해서 쓰는 브랜드가 아닌 알아야만 하는 브랜드라는 점입니다. 바로 팬톤입니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전에 이것을 브랜드로 봐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매해 올해의 칼라를 발표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과 디자인 관련 업무를 보는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점에서 팬톤은 그만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은 팬톤의 브랜드에 대해서 리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단순화 그리고 편리함을 추구한 혁신.
1950년대까지 기본 색소는 60가지였고, 인쇄소마다 같은 칼라라도 다르게 인쇄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팬톤은 이를 기본 색소 10가지로 단순화하고 '색상에 번호를 붙이는 시스템'을 고안해 냈습니다. 어쩌면 굉장히 단순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은 화학을 전공한 허버트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단순한 10가지의 색으로 500가지가 넘는 색을 조합해 내기 위해서는 디테일한 잉크 믹스 공식이 필요했는데, 허버트가 이를 해내 것이죠.
이는 인쇄 업계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미국의 디자이너가 팬톤 색을 지정해 주면 지구 반대편의 중국 인쇄소에서 정확한 칼라를 인쇄할 수 있게 되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색이 숫자로 표기할 수 있게 되면서 칼라의 수요를 추적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색소 공장의 재고 관리에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이 되었습니다.
2.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확보된 브랜드 파워
이렇게 팬톤이 세계의 표준이 되면서 팬톤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게 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팬톤의 기본 색소가 10가지라는 점에서 좀 더 미세한 차이의 색을 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팬톤의 숫자 시스템은 팬톤만의 것이 아닙니다. 다른 잉크 업체들도 팬톤의 시스템과 비슷한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톤은 전 세계의 칼라 인쇄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바로 어떤 상품에 의해 수요가 형성되면 이것이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인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팬톤 칼라 표준은 인쇄 영역을 넘어 색의 기준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었습니다. 나라의 국기에 사용되는 색을 기준을 잡는데 사용되기도 하고,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성당의 모자이크 타일을 보수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장 특별한 분야는 간이식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간지방수치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색표집을 만들기 위해 팬톤 칼라 표준이 사용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3. 종이를 넘어 다른 분야로의 브랜드 확장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팬톤 칼라의 표준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자 팬톤은 칼라 표준을 다양화하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패브릭을 염색해 2000가지의 색을 보여주는 홈+인테리어 라인을 출시하기도 하고, 플라스틱 사출 색의 기준이 되는 플라스틱 칩 라인도 출시하며 팬톤의 브랜드 파워를 보다 강화하게 됩니다.
또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터넷이 발달하고 이로 인해 종이 없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이 강했습니다. 팬톤은 이에 기민하게 대응합니다. 바로 디지털 칼라인 RBG 값에 팬톤의 칼라 번호를 매칭 시키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었습니다. 팬톤의 이런 대응은 디지털 디자인의 확장에 따라 디자이너들이 겪을 수 있는 불편함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불편함에 의해 새로운 혁신 시스템의 등장할 가능성, 즉 경쟁자의 등장을 미리 방어하며 팬톤이 세계 칼라 표준의 자리를 공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4.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서의 가치 더하기
팬톤은 또 한 번 칼라에 가치를 더하는 혁신을 일으킵니다. 바로 칼라 심리학을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팬톤색채연구소의 연구진은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한 색상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연구합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최적화된 커스텀 칼라 서비스, 색상의 힘을 이용하는 방법, 컬러 트렌드 계측, 특정 타깃층의 선호 컬러 정보 등 다양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팬톤색채연구소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올해의 칼라를 지정해 왔습니다. 패션, 뷰티, 리빙, 예술 분야의 소비자들의 심리 상태와 라이프 스타일에서 발생하는 니즈를 분석해 내놓는 올해의 칼라는 실제로 업계에 많은 영향력이 미치고 있습니다.
참고로 2022년 올해의 팬톤은 Very Peri 17-3938 입니다.
혹시 히든 챔피언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 혹은 브랜드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팬톤은 전형적인 히든 챔피언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팬톤이라는 브랜드를 잘 알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실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브랜드죠. 세계의 디자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팬톤의 브랜드 파워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