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글

입보다 손가락으로

by 이영일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하니 어색하기 그지 없다. 내가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이유는 별 다른 게 없다. 그저 내 감정이나 상황, 그리고 나를 둘러싼 수많은 것에 대해 떠들고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을 얻기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는 옛날부터 진지하거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 혹은 내 치부가 될 만한 것들까지 이야기를 하기에는 입보다 손가락을 놀리는 게 더 쉬운 사람이었다. 누군들 안 그렇겠냐만은. 앞으로 나는 내 이야기를 쓸 것이다. 그것은 온전한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내가 창작한 스토리가 될 수도 있다. 오늘은 그에 앞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서없이 해 보고자 한다.


어느덧 날이 많이 쌀쌀해졌다. 쌀쌀하다는 표현이 무색하리만치 아침에는 바람이 세게 불어 춥기도 하다. 요즈음 나는 별 달리 하는 게 없다. 아침에 운동을 다녀오고 돌아가는 길에 꼭 커피를 사 간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으로서 저칼로리에 깔끔한 맛인 아메리카노를 선호하지만 혹여나 카페인이 수면에 영향을 줄까 봐 꼭 디카페인으로 시키고는 한다. 하지만 때로는 ‘될대로 돼라‘ 하고 카페인이 든 아메리카노를 시킬 때도 있다. 늘 보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커피를 받아들어 집에 도착하면 늘 하던 대로 옷을 갈아입고 간단하게 씻고 침대에 눕는다. 잘지 말지는 그 날 내 컨디션 문제다. OTT로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도 있다. 그 후 일상은 비밀에 부치기로 하겠다.


때때로, 혹은 자주 나는 죽고 싶다는 생각에 시달리고는 한다. 요즈음 특히나 더 그렇다. 그렇지만 계절을 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여름에도, 봄에도 계속해서 죽고 싶었다. 가만히 누워 있을 때, 홀로 방에 틀어 박혀 있을 때, 살며시 눈을 감고 있을 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덮쳐 온다. 어떤 때는 눈을 뜨고 있는데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알 수가 없는 생각체계다. 우울증 진단을 받은 지는 벌써 몇 년이 흘렀다. 꾸준히 약을 먹은 지도 일 년은 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견디지 못하고 죽고 싶어서 괴로워한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그것만으로 그치면 다행이겠지만 구체적인 방안까지 떠올릴 때가 잦다. 이제는 올해 들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하지 않은 하루가 있기는 한지 역으로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털어 놓으면 어떤 사람은 나를 한심하게 볼 거라는 것도 안다. 나는 병원 담당 선생님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왜 그런 생각이 들까요?“ ”너무 그런 쪽으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같은 추상적인 말을 들었다. 그건 마치 내 의지로 생각 멈추기를 할 수 있는데 내가 일부러 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더 과장하고 있다는 듯이 받아들여질 때도 있었다.


다시 한 번 더 말해 보자면 나에게 죽고 싶다는 생각은 이제 숨을 쉬듯 떠오르는 것일 뿐이다. 공기처럼 곁에 있는 존재다. 이렇게 글로 표현을 하고 나니 조금은 이상하게 느껴진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공기처럼 하는 사람이라니. 그런데 죽지도 않고 정신과 약은 꼬박꼬박 잘만 챙겨 먹는 사람이라니. 죽고 싶은 건지 살고 싶은 건지 애매하다. 그러면 나는 애매한 사람인가? 모르겠다. 세상에는 많은 말들로 죽음을 택한 자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또 많은 말들로 죽음을 말리기도 하지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어디에 붙여도 다 맞는 말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두 배로 자책을 하게 되기도 하고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기분을 전환해 보려고 해도 왜인지 행복한 미래라든가, 달라진 나 따위는 떠오르지 않는다. 옛날에는 ‘정신 승리’라도 하듯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짜내기 바빴는데 그때 소진을 해 버린 건지 지금 내게 남은 최대로 긍정적인 생각은 “괜찮아” 뿐이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또 어느새 ’진짜 괜찮을까? 아무래도.......‘ 같은 생각으로 흘러가고 만다. 그러다가 그런 생각을 떨치고 싶어서 선택하는 건 소위 단시간에 도파민이 터진다는 팝콘 같은 글과 숏폼뿐이다. 하지만 이것도 얼마 가지 않아 보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차라리 그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아직 조금이라도 양심이 남아 있다는 소리처럼 들리지 않나. 그러다가 아이패드로 책이라도 보는 때에는 뭔가를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 이런 것부터 차근차근 하는 거야. 마치 아기를 어르듯 내 스스로를 어른다. 우스운 일이다. 다 큰 어른을 아기 다루듯 다룬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홀로 자조할 뿐, 타인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또 상처받아 땅굴을 파고 들며 죽고 싶다고 되뇔 나를 나도 안다. 나는 너무 나약하고 상처에 대한 면역력이 없어서 더 문제일지도 혹은 그래서 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쓰고 나니 가슴 한 켠이 아주 조금은 후련해졌다. 어쩌면 나는 이곳을 내 감정 및 여러 느낌을 배설하고 해소하는 곳으로 만들어 홀가분해지고 싶어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읽었을 때 이 글이 부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내 흑역사를 기록하는 장소로 둬야지. 더 말하면 횡설수설 길어질 테니 이 글은 여기에서 이만 줄여야겠다. 아무런 목적도 없는 글, 그냥 내가 마음이 편해지고자 배설하는 글이지만 누군가가 이 글을 읽었을 때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