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꽁꽁 숨겨져있던 내 진심

by 손일금

택시 운전 면허 책이 덩그러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남겨졌고,

환불기한이 지났다며 괜히 뒤적거려 보는 나였다.


엄마와 다시 그 큰 집에 둘만의 생활이 시작되었고, 짐을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팔 집이었으나

남겨질 게 없을 줄은 몰랐던 집이었다.


엄마는 불현듯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아니면 서글픔이 밀려오는지

새벽에 불도 켜지 않은 채 거실에 앉아 눈물을 흘렸고 머리만 대면 잤던 나는 불면증이 생겨

엄마가 거실에 나올 때만을 기다리듯 기척이 들리면 슬그머니 나가 엄마 옆을 지켰다.

그렇게 나는 아빠를 더욱 원망했다.


출근시간이 되면 아빠는 전화를 했다.

오늘은 춥다 오늘은 일이 없다 등 사사로운 이야기를 하며 안부를 전했다. 그러면서 안부를 물었다.

전화를 피하다가도 끈질기게 걸리는 전화를 피하지 못할 때면 사무적으로 답하며 나의 마음을 대변했다.

어쩌다 나의 목소리가 풀리는 듯하면 아빠는 신나 하며 예전과 같은 들뜬 목소리로 몇 초라도 더 누리겠다는 듯 실없는 소리를 했다.

그럼 나는 그런 아빠가 안쓰러웠다.


아빠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밉지 않을 텐데,

아빠를 미워하지 않았다면 안쓰럽지 않을 텐데

하루에 열두 번도 마음이 뒤집힌다.


아빠가 예전 같은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가도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면 반성 없는 모습에 실망스럽기도 하다.


그저 밉기만 하고, 그저 안쓰럽기만 하면 이 요동치는 마음이 고요하기라도 할 텐데

아직은 아빠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에 내가 너무 어린 걸까


미우면 미운대로

안쓰러우면 안쓰러운 대로 두면 될 것을.

그것이 힘들어 하나의 마음으로 아빠를 정의하고 싶은,

아직은 아빠를 너무나 사랑해서 힘든

딸의 마음이 아닐까.


아,

이 글을 적으면서 깨달아버렸다.

나는 여전히 아빠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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