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스무 주의 글쓰기가 나에게 남긴 것
처음으로, 글을 썼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 끄적끄적해 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어떤 날은 몇 화를 연달아 써야 할 만큼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났고,
어떤 날은 자꾸만 눈물이 나고 머리가 아파와 글을 쓸 수 없는 날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날은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의 수정을 더했는지 셀 수 없는 날도 있었지요.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 글을 시작한 이유는, 글을 잘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을 잘 알고 싶어서였다는 것을 말이지요.
몇 번을 다시 읽어보며 부족한 글 실력에 발행해도 될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이 연재에 단 한 줄의 거짓도 없이, 가장 진실된 자세로 임했기에 그것으로 글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이 글쓰기를 통해 놀라운 내적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엄마가 그리웠고, 어린 날의 내가 가여워 쓰기 시작 한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글쓰기를 통해 그리운 엄마를 정말 떠나보내게 되었습니다.
마음속에 가둬둔 채 거기 있는 줄도 모르고 그리워하기만 했는데,
진짜 떠나보내고 나니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기쁨이 피어났습니다.
연재를 이어가면서 내가 얼마나 미숙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동정하고, 비난하고 있었던 제 자신을 마주하며 비로소 여덟 살 내면아이가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를 가엽게 여겨 미안했고, 아닌 척하면서 아빠를 비난했던 제 모습에 부끄러웠습니다.
스스로 자존감을 낮추며 살아왔던 지난날의 제 자신과도 화해하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새엄마도 놓아줍니다.
용서나 이해보다는, 해방이라는 단어가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분에게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에는 진심을 담고 싶습니다.
글을 쓰는 스무 주는 깊은 지하실에 가둬두었던 아픔을 꺼내어 햇볕에 말리는 작업이었습니다.
습기를 덜어낸 기억에서 아련했던 엄마가 가깝게 느껴집니다.
기억 속 엄마는 햇살 좋은 날 마당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어요.
엄마가 뒤를 돌아봅니다.
활짝 웃으며.
흑백사진 같았던 기억에 색깔이 입혀지고,
그날의 햇살의 냄새까지 느껴지는 것은
제게 기적입니다.
이 연재를 쓰기로 마음먹고, 글을 마치며 한 해를 넘겼습니다.
저는 이제 온전한 '나' 자신이 된 것을 느낍니다.
어느 날 또 바람 앞에 촛불같이 바르르 흔들리다 사라락 꺼져버리는 날도 있겠지만,
저는 이 글을 썼던 제 자신을 언제나 기억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연재를 시작하기 전과 다른,
온전한 '나'입니다.
저의 글과 함께해주신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응원의 마음으로 지켜봐 주신 독자분들이 있었기에 이 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이, 각자의 속도로 애도를 건너가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용한 동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와 같은 이별과 상실의 아픔을 가진 분들께 진심 어린 위로와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