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지 않기로 했다

행복을 바라고 원하고 갈망했고 결국 그것을 잃었다.

by 낙이

항상 언니 등 뒤에서 애니메이션을 훔쳐봤다. 관심 없는 척하면서 말이다. 그때부터였을까? 꿈꿔 왔던 거 같다.

주인공이 된다는 어리석은 꿈. 당연 인생의 주인공은 너야!라는 그런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정말로 텔레비전 속 만화 주인공 같은 인생을 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자신은 주인공이라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진전이 없었고 서사 따위도 존재하지 않았다. 죽음에 문턱까지 가지도 가정이 불화하지도 누군가를 잃지도 않았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했다. 그때부터 주인공이라는 생각 따위는 잊어버리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버렸다고 하는 게 맞을까? 당연히 모든 게 잘될 거라는 생각을 가졌던 어린 날의 그 아이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행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거 같다. 행복의 기준이란 너무나도 달라서 혼자서 그 기준을 정하는 건 쉽지 않았다. 감정이 뛰어난 사람이 아닌 건 진작 알았기에 행복 또한 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쉽게 온 행복은 결코 길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행복해지지 않기로 결심한 이유는 다양하다.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 생각해서 그런 생각을 한 것도 맞지만 정말로 행복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삶에 의욕이 있는 사람이나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도 했었다.

웃고 있으면 행복을 느끼는 걸까? 내가 웃는 것은 가짜일까 진짜일까 궁극적인 부분부터 생각하다 보니 또 의구심만 가득해졌다. 남들은 뭐가 저리 재미있을까. 뭐가 저리 슬플까. 뭐가 저리 우울할까. 슬픔, 슬픔을 느끼는 것도 행복을 알고 있어서 오는 감정이 아닐까. 세상에 다양한 감정이 존재하지만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어떤 감정을 의미하는 것일까. 슬픔에 가득 잠겨보았다. 불을 끄고 우울한 노래를 틀고 자그만 조명을 켜고 어둠을 가득 만끽하며 슬픔과 우울이란 감정을 온몸으로 느꼈다. 정말로 눈물이 났고 정말로 절망적인 감정을 느꼈다. 정말로 절망적인 상황까지 생각이 들었다. 이유 모를 눈물을 가득 채우고 알 수 없는 슬픔으로 심장이 요동치고 쥐어짜는 고통을 느꼈다. 아, 너무나도 슬프고 우울하다. 이런 감정을 당장에 왜 느끼고 있는 것일까. 다시 불을 켜고 눈물을 닦고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봤다. 전문가 솜씨가 전혀 아닌 천장의 벽지는 들뜨고 울어있었다. 다시 생각을 했다. 직전까지 슬픔을 느낀 나는 다시 그 슬픔을 느낄 수 없었고 이유 따위 생각나지 않았다. 오직 슬픔에 취해있던 가짜 같은 모습을 우습게 생각하고만 있었다. 아 우스워라 인생이 너무나도 우습고 쉽고 모든 게 가짜 같다. 기시감이 들었다. 공허함이 가득 차는 인생이란 우스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