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이해하려는 기록 6
먼저 워시는 과거 초강경 통화 정책 성향의 연준 이사였습니다. 중앙은행은 경제 전반에 사사건건 개입하지 말고 금융시장에서 최소한의 존재감만 유지하면서 시장뒤에서 그림자와 같은 역할만 하는 그런 '작은 연준'을 지향하는 그런 인물입니다. 워시가 연준 이사로 있던 기간(2006년~2011년), 2009년~2010년 시행 됐던 양적 완화를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사람입니다.(당시 연준 의장 벤 버냉키)
워시는 대차대조표가 커지면 결국 인플레이션이 높아진다라는 것이 핵심 주장입니다. 실제로 당시 양적 완화 이후로 미국의 물가, 주가, 부동산 이런 실물자산들이 모두 폭등했습니다. 그는 당시 정책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라고 주장을 했고(부작용=인플레), 또한 통화정책 수단은 필요할 때만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피력해 왔습니다. 이는 워시의 2009년에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와 연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요.
"필요하다면 과거보다 더 강력한 방식으로 금리 인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적도 있었습니다. 또한 2010년 6월에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에 대해서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해 11월 연준이 6천억 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을 추진하자 워시는 이걸 두고 결코 가볍지 않은 위험을 수반한다고 지적을 했었습니다.
당시 양적완화로 인해서 부작용이 클 수도 있다는 우려를 보인 건데, 실제로 아까 말했던 벤 버냉키 연준 의장 시절에 미국에서 돈을 무한대로 찍어내는 양적완화를 시행할 때 버냉키와의 갈등이 굉장히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더해 그는 지난해 4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도
"연준이 통화 정책의 핵심 책무를 넘어섰으며 국채 매입과 같은 비전통적 정책을 통해서 정부 지출 확대를 암묵적으로 지원했다."
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미 정부의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커지니까 연준의 부채를 돈을 찍어서 사들이는 부채의 화폐화*를 콕 집어서 비판한 것입니다.
(*부채의 화폐화: 정부 부채를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사줌으로써 사실상 세금 대신 인플레이션으로 부담을 넘기는 것)
그는 과거 불필요한 정책 외적 발언을 좀 줄이고 전통적 중앙은행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국채 매입이나 비전통적 수단을 통한 정부 재정 지원은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연준은 그림자처럼 조용히 경제를 안정시키는 역할에만 집중해야 된다라는 것이 일관적인 주장이었습니다.
결국 그가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는 것은 부채의 화폐화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는 지속적으로 연준의 불어난 대차대조표를 축소해야 한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고 금리 중심의 통화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인 것입니다.
트럼프는 지금 오로지 금리 인하만을 원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 연준의장인 파월이 매파적인 모습을 드러내면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습니다. 그런 트럼프가 매파 성향인 워시를 지명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연준의 개혁할 적임자로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워시는 연준의 제도와 구조를 바꿔야 된다는 논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연준은 체제의 교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가리를 부숴야 한다."
라고도 했습니다. 굉장히 강한 발언이죠? 워시는 이밖에도 여러 인터뷰나 연설을 통해 연준이 현재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언급해 왔습니다. 왜 정부의 부채에 관여해서 마음 놓고 부채를 늘리도록 방치했냐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연준은 시장에서 과도한 역할을 맡으면서 독립성을 스스로 갉아먹는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 잡아야 된다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는 공화당 내 경제학자들 그리고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작고 효율적인 중앙은행이라는 비전을 늘 강조한 것과 궤를 같이 합니다. 즉 연준의 본연의 의무인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에만 집중을 해야 한다라는 의미입니다.
트럼프가 케빈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규제 완화입니다.
워시는 지난해 7월 언론 기고를 통해
"연준이 오히려 미국 경제의 주요 장애물이 되어가고 있다. 세계는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연준 지도자들은 더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연준의 규제로 인해서 은행들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은행들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연준의 규제와 규정은 체계적으로 중소은행에 불리하게 작용해서 실물 경제로의 신용 흐름을 늦추고 있다."
이렇게 지적을 했었는데요. 이는 규제를 완화해서 은행들의 미국채에 대한 매수 범위를 늘려준다면 충분히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과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워시는 무턱대고 금리 인하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워시가 버냉키 시대부터 뚝심 있게 비판해 왔던 것은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하자는 것입니다.
즉, 화폐의 시장 유통량을 줄여서 인플레를 억제할 수만 있다면 인플레 때문에 금리를 높일 필요가 없고, 되려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그의 말대로 화폐의 시장 유통량이 줄어들면 인플레가 억제되고, 금리 인하 여력이 커질까요? 앞서도 언급했지만 그가 연준 이사로 있던 시기에 버냉키 연준 의장은 당시로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양적 완화를 시행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비판 한 인물이 워시입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고 인하하고 또 인하해서 거의 제로 금리까지 내렸는데도 경기가 돌아서지 않았고, 마지막 수단으로 시행한 연준의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할 수 있었습니다.
금리 인하 기조는 유지하되 속도 조절
국채 매입 중단이나 최소화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큼
워시는 금리 인하 자체를 이념적으로 반대하는 인물은 아닙니다. 그가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온 것은 금리 수준이 아니라, 금리 인하를 뒷받침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동원되어 온 비전통적 정책 수단이었습니다. 따라서 경기 둔화가 확인된다면 기준금리 인하 기조 자체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인하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신중하고 점진적인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더불어 국채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은 가장 먼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영역입니다. 그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가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반복되면서 사실상 정부 부채를 뒷받침하는 구조로 굳어졌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따라서 추가적인 국채 매입은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되거나, 위기 상황이 아닌 한 사실상 중단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연준이 다시 금리 중심의 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복귀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금융시장에는 더 이상 연준의 유동성 개입을 전제로 한 가격 형성이 유효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결국 워시 체제의 연준은 돈을 더 풀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통화정책의 범위를 좁히고 역할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단기적인 금리 결정 못지않게, 중장기적으로 시장 구조와 자산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