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에서 00부장하는 강선생 이야기(3)

지금 만나러 갑니다.

by 스페셜K

H군.

우리 학교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H군.

웬만한 남자 선생님보다 큰 체격에, 뭐가 그리 바쁜지 늘 성큼성큼 걷는 H군.


그리고


작년 말 기어코 담임선생님 팔목에 철심을 박게 만들고야 말았던 H군.


어쩌면 교장실에서 두 관리자님의 내게 건넨 간절한 부탁은 H군 때문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생활부장을 맡아달라는 것. 그것은 학생들 모두의 행동문제를 예방해 달라는 의미기도 했지만, 동시에 H군을 전담해 지켜봐 달라는 준엄한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인 누구든 선뜻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다.


"공포스러웠어요."


H군이 도저히 수업에 참여할 수 없어 별도 공간에서 분리지도를 맡았던 여자 선생님이 자기 교실로 돌아가면서 남긴말이다. 촉촉해진 눈가에 떨리는 목소리까지 H군과 함께 한 40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을지 짐작이 갔다. 영겁과도 같았던 시간 동안 선생님은 몇 번이고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럼에 책임감으로 그 자리를 끝까지 지켜낸 선생님에게 "애썼어요."라는 말 밖에 해줄 수 없었다.


"툭"


힘 빠진 손이 추락해 교무수첩 위에서 비명을 지르는 소리. 2026년 H군 담임서생님이 된 K선생님이 그 소식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보여준 순순한 손의 기절이 만들어낸 소리였다.


"왠지 느낌이 싸했어요."


애써 괜찮은 척 말했지만 씁쓸한 표정으로 돌아서던 K선생님의 등은 그날따라 유난 굽어져 보였다.


올해 학생의 바른 행동 지원을 담당하는 담당자로서 나는 그 두 사람에게 또 앞으로 H군을 만나게 될 동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그러다 문득 H군을 떠올려 본다.


그렇다. 사실 나는 H군을 모른다.


격분한 상태에서 아무나 걸려라는 식으로 주먹을 들어 올렸을 때, 녀석을 팔목을 낚아채며 나눴던 격렬한 시선 교환 말고는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고 녀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구체적으로 무엇부터 지원해야 할지도 막막할 따름이다.


일단 만나야 한다.


한 번이라도 더 부딪치고 부대끼면서 H군에 대해 알아야 한다. 나보다 큰 덩치에 굳은살이 박인 딱딱한 주먹이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녀석을 만나야 한다. 그래야 녀석이 뭘 좋아하는지 뭘 원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녀석의 발걸음을 그리도 조급하게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맞다!"


희미하게 한 가지 기억이 떠오른다. 교무실에서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칭찬판을 내밀며 과자를 달라고 하던 H군의 모습이 떠오른다. 칭찬판 위에 빼곡히 붙은 스티커들을 보며 함박웃음을 짓던 모습과 의아해했던 나의 눈동자.


무엇이 녀석의 진짜 모습과 가까운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주저할 틈이 없다. 녀석을 더 많이 알아야 하고 그래야 알맞게 지원할 수 있으며 그래야 담임도 교과전담 선생님도 그리고 분리지도를 담당하는 선생님도 두려움 없는 출근길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H군의 웃음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학교란 결국 아이들의 웃음을 지키는 곳이기에. 다시 그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길 바라며 한 손에는 관찰일지를 든 채 깊은 심호흡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선다.


H군,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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