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타입의 자기애적 성격장애

심리상담 이야기

by 조은경

상담현장에서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사례로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꼽는다. 자기애는 원인에 따라서 두 가지 타입이 있다.


첫 번째는 공주병, 왕자병으로 불리는 자기애적 성격이다.

이들은 자기가 정말 특별하고, 다른 사람하고 다르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섬기고, 존중해야 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사실 이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이들 때문에 어려움을 느낀다. 이들은 자기 동조적이기 때문에 자기가 틀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치료의 현장으로 들어오지도 않기에 더욱 변화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자신의 능력보다 높은 기준을 가지고 그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하는 사람들이다.

처음에 이들은 어렸을 때 부모님이나 어른들로부터 높은 기준을 제시받지만 나중에는 부모의 태도가 내재화되어 스스로에게 높은 능력을 요구한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데 써야 하는 모든 에너지를 끌어내어 사용한다. 이렇게 자신의 고유한 능력 이상을 해내야 할 때 괴롭지만 힘든 감정과 욕구들을 억압하고, 높은 능력에 자신을 동일시한다. 이 모든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별히 성찰하지 않고는 자기가 원래 높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들이 첫 번째 공주병과 다른 점은 무의식적으로는 자신의 실패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두 번째 타입의 자기애적 성격은 다양한 행동을 야기하는데,

우선 자신의 능력 이상 기대하는 만큼 실패할 수밖에 없고, 이에 실패감을 갖는다. 이 실패감을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개인은 무기력감과 우울감을 갖게 된다. 또 한편 무의식적으로 나만 실패했다고 느끼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여 다른 사람의 실패를 찾아내어 비난하며 심하면 없는 실패를 만들기까지 한다. 이렇게 비판적인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 실패감을 보상하기 위해서 사랑과 인정을 받고자 애쓰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지나칠 정도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맞추어 움직이고, 사랑받을 만한 행동을 찾아 열심히 일한다.

문제는 이들이 바라는 만큼의 사랑과 인정은 오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들의 마음에는 구멍이 있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사랑과 인정이 빠져나간다. 그래서 결코 만족할 만큼 채울 수가 없다. 이렇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대인관계에서 ‘고립’을 선택하여 외롭게 지내다가 다시 ‘밀착’을 선택하여 사랑바라기를 반복하게 된다.


이런 자기애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현대 사회에 늘어가고 있다.

꽤 성공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기쁨 없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A 씨도 그랬다. 그는 "사람들이 나의 진짜 모습을 안다면 정말 실망할 거예요."라면서 우울해했다.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상사에게 기대했던 인정을 받지 못하여 크게 실망하고 속으로 욕을 많이 한다고 했다. 열심히 안 하는데 칭찬받는 동료가 있으면 짜증이 나서 화를 참는 게 힘들다. 부정적인 감정이 드러나면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에 회사에서는 좋은 척을 많이 하고 은근히 험담도 많이 한다며 어느 것이 진짜 자기인지 모르겠다고 힘들어했다. 칭찬받으면 부족한 자기 능력이 들통날까 봐 불안하고,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하고, 때때로 실망하고 욕하는 자기가 드러나는 것은 두려워서 좋은 척을 더 하게 되는 악순환이다. A 씨는 자신이 한계라고 생각하는 그만큼만 해도 회사에서 잘 기능할 수 있고, 그 한계를 초월해서 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배우는 데 2,3년의 시간이 걸렸다.


한병철은 <피로사회>를 통해 성공 사회에서 개인은 자기를 착취하면서까지 성공을 향해가지만 결국 실패감으로 우울에 빠지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쓰고 있다. 이 피로한 사회의 해답은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받는 것이다. 지금의 내 모습이 그대로 "괜찮다"에서 시작해야 한다. 내 능력을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고, 가족과 동료, 타인의 능력을 수용하는 것이 사랑이다. 이 일에 우리 모두가 책임이 있음을 생각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