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것 같아."
그가 말했다. 아니, 그녀였나. 기억이 흐릿하다. 목소리는 선명한데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대답하지 않았다.
카페였다. 창가 자리. 커피 잔이 두 개 놓여 있었다. 하나는 비어 가고 있었고, 하나는 식어가고 있었다.
"들리니?"
들린다. 하지만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입이 열리지 않는다. 아니, 열리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 너 이상해. 전화해도 안 받고, 만나자고 해도 핑계만 대고. 오늘도 겨우 나온 거잖아."
맞다. 겨우 나왔다. 문밖으로 나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옷을 입는 것도, 신발을 신는 것도, 문고리를 돌리는 것도.
모든 것이 무거웠다.
"나한테 화난 거야?"
"아니면 내가 뭘 잘못했어?"
아니다. 화나지 않았다. 화날 수도 없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으니까.
"말 좀 해봐. 제발."
목소리가 떨린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떨린다.
입을 연다. 겨우.
"... 괜찮아."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거짓말이라는 것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괜찮아 보이지 않는데."
나는 커피 잔을 바라본다. 식은 커피. 마시지 않았다. 마실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병원 가봐. 아니면... 상담이라도."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가지 않을 것이다. 알고 있다.
"걱정돼서 그래. 너 요즘 진짜..."
말이 끊긴다.
잠시 침묵.
"나 보기 싫은 거지?"
아니다. 싫지 않다. 싫을 수도 없다. 느껴지지 않으니까.
하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할 수 없다.
또 침묵.
한숨 소리가 들린다.
"알았어. 나 먼저 갈게. 너 혼자 있고 싶은 것 같으니까."
일어서는 소리. 가방 드는 소리. 한 번 더 나를 보는 시선.
"괜찮아지면 연락해. 기다릴게."
문이 열리고 닫힌다. 종이 딸랑 울린다.
혼자 남는다.
식은 커피. 빈 의자. 창밖의 사람들.
모두 유리 너머에 있다. 나는 이쪽에 있다.
얼마나 앉아 있었는지 모른다. 종업원이 다가온다.
"손님, 더 주문하시겠어요?"
고개를 젓는다. 일어난다. 나간다.
집으로 돌아온다.
방문을 닫는다. 신발을 벗는다. 침대에 눕는다.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전화가 온다. 확인하지 않는다.
문자가 온다. 읽지 않는다.
며칠이 지난다. 일주일이 지난다.
더 이상 전화도, 문자도 오지 않는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사물이 되어간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아프지 않다. 그립지 않다. 외롭지 않다.
편하다.
방은 고요하다. 나도 고요하다.
사물처럼.
그리고 오늘-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