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
식탁으로 배달된 찜기를 열면 폴폴 나오는 김과 곧이어 나타나는 희고 뽀둥한 자태. 새우가 들어간 것, 돼지고기가 들어간 것, 후식으로는 달콤한 크림이 들은 것까지. 모두가 사랑하는 딤섬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렇게 맛있는 딤섬을 저녁 시간에는 먹지 못한다는 것을 아시는지?
딤섬은 한자로 點心 [점심], 아침과 점심 끼니 사이에 마음에 점을 찍는 정도로만 가볍게 먹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몇몇 식당은 지금도 저녁 메뉴판에 아예 딤섬을 올리지 않는다.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도 찬찬히 살펴보면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되는구나 싶다. 내친김에 중국어와 한국어에 있는 '마음'이 쓰이는 말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1. 적당히 작은 마음
처음 중국에 왔을 때, 지하철 곳곳에 小心 xiǎoxīn이라고 적힌 스티커가 눈에 띄었다. 작을 소자에 마음 심. 작은 마음이란 어떤 뜻일까? 알고 보니 한국어의 '소심하다'와 사용하는 한자는 같지만 xiǎoxīn은 '조심하다'라는 뜻이었다. 한국어에서 '소심하다'는 '조심성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미이니, 크게는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한편 한국어의 조심操心은 잡을 조에 마음 심자를 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조심이 지나쳐 소심이 되는 것인데...... 그러니까 마음을 지나치게 쥐면操 작아져小 버리는 걸까. 마음은 어쩌면 압력을 가하면 가하는 대로 쪼그라드는 마시멜로우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시멜로우를 놓치지 않되, 터트려버리지도 않을 정도로 적당하게 잡는 것. 조심하는 데에도 중용의 미덕은 있다.
2. 방심하세요
뭔가 내게 문제가 생겨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면 사람들은 으레 你别担心 nǐbiédānxīn, 걱정하지 마, 라는 말을 해 준다. 짐작 가겠지만, 担心 dānxīn (떨칠 단 + 마음 심)은 '걱정하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안심安心하라는 말을 놔두고 굳이 부정어와 결합하여 걱정하지 '말라'는 표현을 더 자주 쓰는 것일까?
'떨칠 단' 자는 세게 흔들어서 떨어지게 하다 shake off, 혹은 치다 hit의 의미를 가졌다. 그러니 의역을 해 보면 걱정이란 심장을 땅 끝까지 떨어뜨리고 가슴을 세게 치는 행위일 것이다. 그러니 그런 일일랑 하지 '말라'고, 강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상대를 위하는 진심을 한 스푼 더 실어서 보내는 듯한, 걱정 말라는 말이 이제는 특히 다정하게 느껴진다.
그리곤 마음을 괴롭히지 않고 가만히 놓아두는 것. 그건 중국어로 放心 fàngxīn, 한국어로는 '방심'이다. 그러니 다들 '단심'말고 마음껏 '방심'하세요.
3. 마음을 열면
따뜻한 봄 햇살에 돋아나는 새싹처럼, 웅크렸던 마음도 기지개를 켠다. 그래서인지 요즘 사소한 일에도 괜히 웃음이 나고 그렇다. 주말을 맞아 산책 겸 카페 마실을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토바이 한 대가 나를 마주 보며 달려오고 있었는데, 운전자의 헬멧에 토끼 귀처럼 달린 장식 두 가닥이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었다. 바쁘게 어디론가 향하는 아저씨의 진지한 얼굴과는 사뭇 다르게 띠용 띠용 까불거리는 풀 모양의 장식품.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는 조금 나이 들고 시커먼(?) 그렇지만 귀여운 봄의 요정을 마주친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왜 그렇게 웃음이 지어지던지.
이게 다 봄 탓이다. 봄 햇살에 마음이 열려버려서 그렇다. 중국어의 开心 kāixīn (열 개 + 마음 심), '기쁘다'라는 표현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왕 마음이 열린 김에 활짝 열어 구석구석 환기시키고 봄 햇볕도 좀 쬐이고 해야겠다.
정리하자면 마음에는 점을 찍거나, 손에 쥐거나, 떨어뜨리거나, 열 수도 있다. 새삼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이렇게나 많다. 하지만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어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을 빠트렸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인이라면 모름지기 마음은 '먹어야' 제 맛 아니겠나.
이번 글감을 떠올리고, 글을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더니 자연스레 생활 곳곳의 마음이 보였다. 마치 온 우주가 내 서랍 속 글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특히 어떤 메세지를 받고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대로 적혀 있는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최종 목적지: 마음속에 있음. 중턱에서 내려와도 됨.
긴 인생길 위에서 무엇을 볼 지, 어디로 향해 갈지,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그러니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중한 것은, 필시 마음을 먹는 일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