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가장 쾌적한 자리는

by 가문비


더운 여름, 어느 숯불구이집에 들어가 물었다.


"제일 시원한 자리가 어디에요?"


알바생은 에어컨 바람이 얼굴을 정통으로 때리는 자리를 안내한다.

나는 여기는 너무 추운 것 같다며 에어컨 바람이 비교적 덜 닿는 자리로 간다.


나중에 숯불 넣으면 더워질 텐데 괜찮겠냐고 알바생이 재차 묻지만, 나는 기어코 내가 원하는 자리로 간다.


숯불을 넣는 순간부터 열기가 숨을 막는다. 땀을 뻘뻘 흘리며 고기를 굽고, 연신 티셔츠로 부채질을 하면서, 밥을 먹다가도 멀리 있는 에어컨 앞을 기웃거린다. 음미할 새도 없이 아예 고기를 다 구워버리고 불을 빨리 빼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에어컨 앞자리로 갔어야 했네요, 라고 말하니 불을 빼는 사장님이 미소지으며 일침을 꽂는다.


"제일 시원한 자리로 안내해줘도 다들 본인 앉고 싶은 데에 앉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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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식당 알바지만 수없이 많던 손님들의 피드백을 받아 쌓아놓은 데이터베이스가 있고, 나름대로 매장에 대해서만큼은 속속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손님들은 거기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린 알바생의 안내보다 본인의 생각이 더 맞다고 여기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당장 추운 자리보다 적당히 시원한 자리에 앉고 싶은 것도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식당에서 가장 쾌적한 자리는 식당 종업원이 제일 잘 안다는 사실조차 너무도 당연하지 않은가.


늘 겸손해야 한다며, 마음을 열어야 한다며 되뇌고 다니지만, 간과한 줄도 모르고 간과해버리는 너무나도 사소한 지점에서 나는 늘 오만하다. 누군가의 조언과 배려를 그저 가진 게 없는 사람의 어쭙잖은 제안이나, 틀딱들의 철지난 세계관으로 취급했던 내가 보였다.


핑계는 늘 있다. 너와 나는 다르며 나는 내가 안다, 라는 마법의 한마디면 어떤 고집도 그럴싸해보인다. 하지만 인생에서 조금이라도 쾌적한 자리를 얻는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눈 딱 감고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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