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디즈니가 조선을 그린다면 이 뮤지컬을 참고하길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이 4연으로 돌아왔다

by 채수빈


꿈꾸는 건 자유지,라고 요즘 우리들은 말한다. 아니, 오히려 지금은 꿈이 없어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러나 한반도 전체의 역사로 보면 부로가 얼마 전이었던 조선은 꿈에 대해 말하고 노래하는 것만으로도 대역 죄인이 되던 시대였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이하 <외쳐 조선>은 꿈뿐만 아니라 여러 외침이 좌절되던 조선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외쳐 조선>은 '시조가 금지된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조정의 비선 실세 '시조 대판서' 홍국은 시조를 억압하고 백성의 언로를 틀어막는다. 여기에 맞서 비밀 시조 단체 '골빈당'이 등장한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시조를 읊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양반이면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양반놀음을 펼친다. 이 중심에는 천민 신분의 시조꾼 단, 그리고 홍국의 딸임을 숨기고 골빈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진이 있다. 단과 진은 각자의 이유로 외침을 함께하고, 무대 위 혁명이 펼쳐진다.



1. 우리가 주인공인 이야기


<외쳐 조선>은 '작은 외침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외쳐 조선>은 서울예술대학교 학생들의 졸업 공연으로 시작된 창작 뮤지컬이다. 말 그대로 ‘젊은 외침’에서 출발했다. 이 학생 뮤지컬은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으로 성장해, 이제는 심지어 런던에서 쇼케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외쳐 조선>의 매력은 일단, 공감할 수 있는 소재에 있다. 백성들을 위한 이야기다. 그래서 <외쳐 조선>은 '시조'와 '힙합'을 연결시킬 생각을 해냈다. 힙합 역시 미국 빈민가의 흑인들이 불평등에 저항하기 위해 시작한 장르였다는 점에서, 억압 속에서도 노래하려는 조선 백성들의 시조와 궤를 같이 한다. 시조가 특권층만의 언어로 전락한 시대, 그 금기를 깨기 위해 등장한 골빈당의 목소리는 랩처럼 각운을 맞추고 반복적 구절을 던지며 세상을 때린다.


또한 '전국시조자랑'에서는 현재 유행하는 가요와 예능 요소를 넣어 관객이 몰입하는 요소를 많이 주었다. 백성이 주인공인 만큼 관객석을 활용해 연출한 장면들도 많다.



2. 로맨스가 없어도 빛나는 여자 주인공



디즈니가 한국 공주를 만든다면 <외쳐 조선>의 진을 추천하고 싶다. 어두운 시대임에도 진의 표정은 어딘가 맑고 힘이 있다. 특히 <나의 길>을 부르며 고운 한복을 바로 떨쳐버리는 장면은 진이 가지고 있는 확신이 가장 잘 보이는 장면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체포될 때 마냥 골빈당과 함께하지 않고 아버지와 함께하는 ‘역적의 딸’이 되는 현실적인 선택도 참 좋았다.



3. 대중적인 넘버와 안무


이 날 진을 연기한 김수하 배우의 '디즈니 재질' 목소리 덕분일까,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많이 연상되었다. 실제 넘버들도 디즈니 영화처럼 귀에 쏙쏙 박히는 대중성과 흥겨운 리듬을 갖췄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골빈당과 함께하는 단을 보면 알라딘 같기도 했고, 자신이 갈 길을 잘 알고 있는 진을 보면 모아나가 떠올랐다. 이런 넘버에 맞춰 펼쳐지는 안무 역시 다채롭다. 탈춤부터 스트릿 댄스, 비보잉까지 넘나드는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 볼거리다.



몇 달 전, "한국은 끝났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해당 영상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반응이 담담했다. "이 영상의 말이 다 맞지만, 한국은 언제나 잘 헤쳐 나왔다"라는 것에만큼은 사람들의 이견이 없었다. 한국이 시대를 견뎌내는 것에는 이 '놀아 보세'의 리듬이 있다. 우리를 이루는 ‘수액’을 노래하는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8월 31일까지 공연된다.


* 본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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