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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핸드스피크 Jul 02. 2024

처음으로 배운 감정

매력

신아 잘 지내지?

중 3때 처음으로 만났다.

살면서 한번도 경험해본 적없는 같이 사는 같은 핏줄의 가족 외 또 다른 같은 가족과 같이 산다는 것.

우리 엄마가 같이 근무하는 친구분께서 키우던 개가 새끼들을 낳았는데 너무 많다고

한마리라도 데려가달라 그래서 어쩌다 데리고 오게된 다른 같은 가족.

요크셔 테리어와 시츄 사이에 태어난 잡종인 5개월차, 신이를 처음 만났다.

강아지를 키우는 건 처음이라 흥미진진했다.

그러나 강아지도 감정있는 생명체라 우리 엄마외 우리 가족들에겐 경계가 심했다.

나는 호기심으로 먼저 다가갔었지만 끝까지 피하던 신이가

하필이면 공복상태인지 모르고 다가갔다간 나에 향해 곧 물을 것처럼 사납게 짖어댔다.

사나운 모습을 보고 덜컥 겁을 먹어버리고 만 나는 무서운 신이를 홀로 남겨둔채 문을 닫아버리고 바로 학원을 갔는데 이상하게 사납게 짖어댄 신이의 모습이 계속 눈 앞에 아련거렸다.

학원에서 갑자기 나한테 왜 그랬을까 곰곰히 생각을 해보다가 설마 배고팠나 하는생각에 확신이 드니까

미안한 마음에 결국 수업에 집중을 못한 채로 집으로 빨리 돌아가고싶어 빨리 끝나기를 재촉하며 기다렸다.

끝나자마자 바로 집으로 뛰어들어갔더니 엄마가 이미 밥을 주셨는지 배부른 신이는 기분이 풀려 언제 그랬냐듯이 꼬리를 흔들리고 있었다.

그 순간, 신이에 대한 처음 느껴본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 후로 신이한테 미안하지 않도록 조금 더 살펴보기로 신경을 쓰게되었다.

아직까지 우리 엄마가 일순위였던 신이였지만, 사랑이 많았던 나는 신이가 혹여나 불편하지않을까

외롭지 않을까 하나하나 신경을 쓰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신이에 대한 사랑이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학교 수업끝나면 바로 집으로 달려간다거나, 간식을 주면서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거나, 신이가 혼자 구석에 있으면 외롭지않을까 하는 마음에 괜히 혼자 마음 아파하거나, 혼자 잠꼬대를 하고있는 것뿐인데 경련하는 걸 보고 아픈 거 아닐까 괜한 걱정도 하고말이다.

키운지 며칠을 좀 지나고나니 신이는 우리가족에게 가족이란 각인이 되었는지

귀여운 재롱도 부려주고 재체기 하는 것만으로 사랑스러워 덕분에 우리 가족이 그런 신이를 보면서 많이 웃고, 함께 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덕분에 우리가족들이 더 행복해진 것 같아서 신이가 고마웠다.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신이는 나와 많이 닮았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신이를 사랑했던 나는 신이랑 단짝친구가 되었다.

학교 수업을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우리집은 5층이라 신이에겐 꽤나 높았을 5층의 베란다에서 내 발걸음만 들어도 나인걸 아는지 서슴없이 창살 사이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반갑게 짖어댄다. 그런 신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5층까지 숨을 쉬지도 않고 껑충 올라가 신이를 반갑게 안아주곤 했다. 그리고 성격상 예민하지않아서 우리가 티비보면서 볼륨을 크게 키워도, 시끄럽게 떠들어대도 신이는 그러든말든 아주 잘 잤고, 그런 신이를 조심스레 안아서 다른 방으로 데려다줘도 아기처럼 안깨고 쿨쿨 잘 잤다. 제채기 하는 모습마저도, 우리가 노래를 부르면 따라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도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또, 내가 우리언니랑 어쩌다 싸워서 혼자 서럽게 울고 있을 때면 신이는 그런 나에게 다가와서 슬쩍 내 다리위로 손을 올려주며 위로를 해준 적도 있다.. 그렇게 신이랑 돈독해진 나는 가족외에 처음으로 배운 사랑이었다. 어렸던 나는 그것이 사랑인지를 몰랐지만.

단짝친구처럼 매일 하루하루를 함께 보내다가 어느 날 신이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쓰레기통을 뒤져 거실에 어질러놓기 시작했고,

그런 신이를 이해못한 채 혼내기만 했다. 강아지를 키운 건 처음이라서 신이가 왜 그런 행동을 취했는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후로도 몇번 그런 행동을 보인 신이에게 여러번 혼내기도, 답답해하기도 하고, 미워했다.

그러다가 또 엄마의 다른 지인분께서 아주 갓난새끼를 낳았다고 두마리를 데려가라고 하신 것이다.

뽀얀우유처럼 하얀 말티즈였다. 아기우유냄새가 뽈뽈 나는 아주 귀여운 새끼강아지 두마리가 우리집에 들어왔다.

신이도 처음 보는 새로운 가족이라 괜한 경계를 하며 쫒아내듯이 행동을 취하자 엄마는 분리를 시켰지만 며칠 지나도 같은 행동이 보여서, 결국 현실적으로 고민하시고는 신이를 내보내주자고 하셨다. 교육을 처음부터 잘했어야되는데 잘 못한 것 같으니, 이 기회로 신이를 내보내주고,  새끼 강아지를 잘 키워보자고 하시질 않나

그래도 같이 함께 해온 시간있고, 정도 들었는데 어떻게 그런 발언을 할 수있냐며 차라리 새끼강아지들을 다시 내보내주라고 반대를 했던 사람은 유일하게 나 혼자였다.

나 혼자로서는 힘이 없었다. 그래서 할 수있었던 건 울면서 발악뿐이었다.

끝까지 안된다고, 신이를 보내주면 안된다고, 교육을 다시 잘 시켜주면 된다고 엉엉 울면서 아무리 발악을 해봐도

우리 아빠엄마는 끝까지 냉정하셨다.

근데 나는 더 슬픈건 보통 내가 울면 신이가 항상 내옆으로 달려와 손을 올려다주던 신이었는데

그 날따라 신이도 무슨 상황인지 알았는지 선뜻 내 옆으로 다가오지 못한 채 멀리서 마주보는 자리에서 엎드려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그런 신이를 보고 나는 마음이 아파서 더 많이 울어버렸다. 그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결국 시골집으로 보내주기로 한 날 아빠, 엄마, 나랑 같이 신이데리고 인천으로 갔다.

신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신나게 시골집의 동네밭에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정말 마음이 아파죽겠는데 아빠 엄마는 신나게 뛰돌아다니는 신이를 보라며, 오히려 신이를 위한 것이라고 계속 나한테 설득하셨다.

결국 아무런 힘이 없는 나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고, 어느 덧 어둑어둑해진 저녁에 신이에게 간식을 주면서 ‘빠빠이’ 라고 인사를 건넸다. 근데 어떤 것보다 간식이 최고였던 신이는 진짜 마지막 작별이라는게 알았는지 간식을 먹다말고 나한테 낑낑 대질 않나.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결국 차안에서 울음이 터져버렸다. 집으로 가는 내내 끝없이 계속 울었고, 그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친한 친구 앞에 엉엉 울기도 했었다. 그리고 몇 년 지나도 신이가 보고싶어서 잊을만하면 아빠엄마한테 계속 신이 애기를 했다. 다시 데리고 오자고, 신이가 너무 보고싶다고.

그럴 때마다 엄마는 너는 어떻게 몇년 지나도 아직도 신이 얘기를 하고있냐고. 잊을만하면 왜 계속 신이를 찾냐고.

너는 정말 감수성이 풍부해서 배우를 해야될 것같다고 농담삼아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나는 지금을 생각해보면 신이 덕분에 사랑을 배웠고, 이별도 배웠다고 할 수있겠다.

지금도 너무 보고싶은 신이, 너무너무 사랑하고, 사랑했다. 잘 지내지? 어디에 있든. 하늘나라에 있든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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