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하욤

by 핸드스피크

1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신을 처음 만난 그날을


하지만

그날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는

그닥 좋은 추억이 아니라서


1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기억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내가 몰랐던 상처가

깊숙이 숨었나 보다


오고 가던 손은 나를 향해

왔다 갔다 발이 나를 향한

옹기종기 모여 나를 보는


이 모든 것들이

나를 해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결심하였다


나를 세상에 없앨 거라고


옥상을 향해 걸어가 보니

굳게 잠겨 있는 문을 보았다


마음속으로 희망의 외침에도

손잡이를 잡는 순간

힘없이 열렸다


문을 여니

그 너머의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애써 참았던 눈물이 터지면서

나를 주체하지 못했다


왜 나는 없는 걸까

왜 나는 못 한 걸까


흐르는 눈물을 닦지 못한 채

이렇게 힘없이 바닥에 앉았다


그러던 순간,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이잉


마치 내가 소중한 것처럼

마치 나를 위로한 것처럼


잔잔하고 고요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조심스럽게

내 얼굴을 감싼다


오랫적에 잊었던 것들

다시 떠오르게 해줬다


나를 사랑해줬던

나를 기억해줬던

나를 응원해줬던


바로 당신


덕분에 나는 다시 일어섰다


이것이 당신과 나의 첫 만남이자 마지막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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