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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일 Apr 22. 2024

인생 노잼 시기, 나는 살찐다

먹는 게 제일 재밌는데 어떡해

최근 국가건강검진을 받았다. 5kg 정도 살이 쪘다. 그럴 만도 하다. 나는 감자 광인이다. 특히 감자칩에 미쳐 있다. 매일 밤 간식으로 감자칩 한 봉지씩 먹었다. 눈을 감고 먹어도 무슨 맛인지 맞출 수 있는 정도다. 일본 여행에서 사 온 기념품 과자도 많다. 이것도 심심할 때마다 하나씩 먹었다. 콤부차는 칼로리가 낮다고 해서 목마를 때마다 정량보다 물을 적게 넣고 마셨다. 이렇게 마시면 시중에서 파는 탄산음료 같아서 맛있다. 다이어트를 열심히 할 때는 햇반 반공기를 먹었다. 지금은 그런 거 계산하지 않고 먹는다. 현미밥은 거칠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백미로 갈아탄 지 오래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잘 먹고살았다. 마라탕, 햄버거, 돈까스, 삼겹살... 나의 소울푸드들이다.


평균 체중이긴 하지만 얼굴과 목에 주로 살이 붙는 체형이라 슬슬 심각성을 느낀다. 살이 찐 느낌이 더 싫은 것은 마냥 맛있고 즐겁게 먹었다면 상관없다만 습관적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막 먹은 적도 많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받는 족족 술이나 담배를 할 수는 없으니 불닭볶음면과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먹기. 부해진 몸으로 새로 산 챠콜색 스커트팬츠가 맞지 않아 기분이 좋지 않으니 BHC 포테킹을 주문하기. 뭐 이런 식이다. 아니면 취업이 되지 않아 불안해, 응 계속 불안해... 뭐라도 공백을 채우고 싶은 마음을 해쉬브라운으로 달래기. 금주 선언도 금방 실패로 돌아간다. 일주일에 한 번 먹는 맥주를 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를 아예 끊어버리자고 결심하면 배로 먹게 된다. 그래서 주말 동안 지옥 같은 숙취와 과한 해장을 이유로 짜장면과 초코우유와 라면을 열심히 섭취했다.


인생에서 특별히 하는 것이 없을 때 자연스럽게 살이 오른다. 꼭 백수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고... 현재는 덕질하는 것도 없다. 책, 영화, 드라마를 열심히 보지도 않는다. 유튜브 쇼츠는 일회성 쾌락이니 언급할 가치도 없고... 몰두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극히 드문 노잼 시기, 29년이란 짧은 인생을 되돌아보았을 때 나는 살이 쪘다. 심심하다. 자연스럽게 관심사가 음식으로 향한다. 나는 요리도 꽤 좋아하는 편이다. 하루종일 맛집을 찾아보거나 먹방이나 요리 영상 따위를 보고... 식사 시간을 기다린다... 파블로프의 개보다 더 반사 반응이 빠를 것이다...


억지로 클린식을 하겠다며 차가운 생채소로 가득한 샐러드를 먹으면 반발작용으로 새벽에 어떤 야식을 시켜 먹을지 모른다. 레깅스를 입고 판판한 복부를 자랑하는 다이어터들 같은 식단을 먹어야 하나, 이런 욕구를 눌러본다... 일단 나 같은 일반인은 군것질만 끊어도 살이 빠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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