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젠장!!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by 핑크솔트

참아주면 진짜 한도 끝도 없이 당해주어야 한다.

그 말이 딱 맞다.


3월 개학을 필두로 10월 말 결정적인 사건이 이르기까지

무시도 해보고 그저 참아도 보고 담임선생에게도 상담을 요청해보기도 하고

학교 내에서 프로그램도 진행했지만 정말이지 끝까지 못살게 군다.


덩치가 산만한 내 아이는 개미 하나도 죽이는 것이 못내 속상한 비폭력주의의 아이여서

괴롭히는 아이를 한번 때려보지도 못했다.

결국 철저한 피해자로 시간들을 죽이며 지내왔다.


특수학급에 소속되었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장애인새끼라고 놀리는 것을 필두로

특이하게 말하는 말투

조금은 아이 같은 천진한 걸음걸이를 따라 하는 못된 녀석들에서

이제는 지능적으로 성희롱을 시작했다.


아이는 본인이 견딜 수 있는 무게를 다 견뎠노라하며 나에게 학폭신고를 해달라고 했다.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본인도 너무 화가 나서 억울해서 학교가 가기 싫다고 하였다.

왜 그렇지 않을까?

그동안 참은 것이 대견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나는 그날부로 학폭을 진행시키기로 했다.

매우 괴로울 것 같고

매우 귀찮은 일이 많을 것 같고

자주 학교에서 전화 오는 일이 많을 것 같고

여러 번 진술을 하며 감정이 폭발할 것 같은 시간들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그 보다 더 걱정인 것은 괴롭히는 아이들이

학폭신고를 통해 우리 아이를 더 괴롭힐까 봐 하는 걱정이 앞섰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 마주치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경우 우리는 경찰신고도 마다하지 않을 것을

아이와 남편이 함께 합의했다.


다 지난이야기를 이렇게 기록하는 이유는 뭘까?

한편으로 이것을 기록하면서 다시 한번 불편한 감정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 싫기도 했다.






아시아 최초로 여성 노벨문학상이 나왔다.

사실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고 나서야

'한강'이라는 작가의 책을 사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길지 않은 두께의 책을

만만하게 생각하고 펼쳤다.


그곳에는 실랄한 학살과 5.18 과정들이

여러 희생자들의 눈을 통해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몇 번이고 책을 덮고

다음날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읽기가 괴로웠다.


한강작가가 노벨상을 타는 그 순간 우리나라에서는 초유의 계엄령 사태가 벌어졌다.

세계는 한강작가에게 물었다.

계엄령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매우 속상하고 괴로운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한강작가는 말했다.

죽은 자는 산자를 도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이번 사태를 통해 그 답을 얻게 되었다고

5.18의 많은 죽은 자들이 지금의 산자를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계엄령을 멈추게 했다.

죽은 자가 산자를 도운 것이다.

만약 죽은 자의 희생을 배우지 않았다면 모를 일이다.


거창하게 한강작가님처럼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부딪칠 용기 따위를 논할 수 는 없지만

나의 지난 시간들이 지금 현재 진행형 일지 모르는 느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작은 도움과 공감 그리고치유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