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기

by 황인갑

보행기


어릴 때 타고 다닌 귀여운 유모차를

늙을 때 다시 타니 아이로 변신하고

인생이 돌아서 가니 허무함만 남는다

교회당 마당에도 보행기 놓여있고

기우뚱 밭에 갈 때 보행기 밀고 가고

여린 손 운전대 잡고 거침없이 나가네


할머니 손목에는 보행기 놓지 않고

자가용 대신하는 필수품 네 바퀴를

누구나 달고 다니며 어디든지 달린다

귓구멍 고장 나서 불러도 안 들리고

다리에 힘없어서 보행기 의지하니

인생의 서러운 뒤태 새삼스레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