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마다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어른이 되었다
트라우마라고 해서
재난이나 재해처럼 거대한 사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엄마 손을 잡고 가다가
잠시 놓쳐 헤매던 순간,
캄캄한 방에서
들려오던 말다툼 소리.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어떠한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잊히지 않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이따금 찾아오는 슬픔이
내 탓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서,
혹은 무언가를 하려고 해서 그런 거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재해로 입은 상처가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어른이 된 우리는
지금보다 어렸을 우리를 탓할 수 없다.
아주 가끔
과거의 상처가 너무 따가울 때가 있다
그때는
그저 그 시간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 견디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픈 만큼
딱 그만큼만,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처가
나의 전부가 되지 못하게 하는
그 사랑을 믿는다
도와주세요,
사랑이 슬픔을 이길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