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아파가 잠을 몬잤다. 장갱이가 땡기고 아프고... 입맛이 없어가 밥도 못 먹고, 힘도 없고, "
한때는 건장했던 아버지셨다. 90이 가까워진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를 직접 몰고 병원에 오고 가셔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분이었다.
내가 잠시 병원을 그만뒀던 그해, 아버지는 오토바이사고로 저승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키도 크셨고 지팡이가 필요 없이 짱짱했던 분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다리가 4개가 되셨다. 지팡이를 양손으로 쥐고도 걸음을 겨우 걸으셨다. 귀까지 제 역할을 다 못해내게 되니 소통도 힘들었다. 총체적 난국이다.
잠시 후, 수액오더가 내려지고 아버지는 순수히 따르셨다. 너무 아파한 아버지께 해열, 진통, 소염제가 든 주사(혈관주사용)가 처방 내려졌다.
"아버지요, 이거 맞으면 훨씬 안 아플 거예요."
"안듣낀다. 뭐라고?"
"이 주사 맞으면 안 아플 거라고요!"
"진짜가? 안 아프나? 내가 어제 한숨도 못 잤다."
주사를 놔드리고 이불을 제대로 덮어드리려는데
"다리 좀 주물러봐라, 다리가 터져나갈 것 같다."
월요일에 장날, 바쁜데도 아버지를 모른척하기 어려워 잠시 다리를 주물러드렸다.
"그쪽 말고 이쪽"
표현은 또 어찌나 잘하시는지, 다리를 주무르는데 종아리가 내 손안에 거뜬히 들어온다. 마를 대로 말라버린 아버지의 다리가 괜스레 측은했다.
"아부지, 바빠가 저 가니데이~~~ 맞고 계셔. 불편한 거 있음 부르시고~"
귀에 대고 소리를 질러야 소통이 되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바쁜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아버지를 다시 찾았더니 아버지얼굴에 미소가 보인다.
"내 다리가 하나도 안 아프다. 신기하네, 아픈 게 다 달라가 삐따. 진짜 신기하네."
"안 아플 거라 했잖아요. 조금 더 맞아보세요."
"인자 다 나은기가? 밤에 또 아픈 거 아이가? 어제 잠 한숨도 못 잤는데, 괜찮겠제?"
좋으면서도 염려하시는 그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려왔다. 오래가지 못할걸 알기에 오늘밤만이라도 편히 주무시길 바랐다.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어르신들을 뵈면 더욱 마음을 쓰게 된다. 병원 오는 게 낙이라는 분도 계시니 한분, 한분 섬세히 대하고 싶기도 하다.
주사가 낙이고 약인 분들을 위해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친절과 다정함으로 다가가려 한다. 그러다 다 나았다, 안 아프다는 분들을 뵈면 나도 모르게 으쓱해진다. 내가 이 일을 놓을 수 없는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하다.
많이 써서 달아진 몸을 다 고칠 수 없지만 마음만큼은 위로와 위안을 받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그게 우리가, 내가 해야 될 일이기도 하다.
아버지 덕분에 내 마음자세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 고쳐 잡게 됐다. 이 일을 하게 되는 그날까지 변함없는 마음으로, 그분들에게는 따뜻함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