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이기는 1년 6개월짜리 딸

도전과 응전

by 교수 할배

도전과 응전.

유명한 역사가인 ‘아놀드 토인비’가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주장한

인류 역사의 과정이다.

모든 문명은 탄생, 성장, 쇠퇴, 멸망의 공통된 경로를 거친다고 설명한다.

문명은 내부적이든 외부적이든 문명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도전(挑戰: Challenge)’을 마주하게 된다.

문명이 도전에 ‘응전(應戰: Response)’하여

승리하면 그 문명은 더욱 성장하고 패배하면 망한다는 역사관이다.


인류 역사라는 거창한 주장으로 이 글을 시작하였지만,

토인비의 의견이 보통 가정집에도 적용될지 궁금하다.

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부모와 자녀의 대화관계에도 ‘도전과 응전’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부모의 의견에 100% 동의하며 평생을 살아가는 자녀는 거의 없다.

손주들 가운데, 태어난 지 1개월 된 아이만 부모에게 완전하게 순종하는 듯 보인다.


이제 3년 6개월 된 손녀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택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손녀는 특히 엄마와 아빠가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하면서

자신이 소망하는 걸 이루어가는 걸 자주 관찰하고 있다.

딸에 대하여 아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딸은 잔머리를 너무 굴리는 거 같습니다”.


그러한 예를 하나 들어보라고 부탁을 하니, 즉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냉장고.png

아들은 손녀에게 먹으면 좋은 음식과 좋지 않은 음식을 알려 준단다.

밥, 감자, 우유, 당근, 김치, 과일 등은 권장하는 음식이다.

쵸코렛, 콜라, 사이다, 사탕 등은 권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권장하는 음식이라도 너무 많이 먹는 걸 절제시킨다.

손녀가 1년 6개월 되었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단다.

“아빠!”

“응?”

“나 우유 먹고 싶어.”

“그래? 우유 줄 테니 냉장고로 가자”

그리고는 우유를 꺼내기 위하여 냉장고 문을 열었다.

바로 그 순간 옆에 붙어 있던 딸이 재빨리 손가락으로 냉장고 선반 위쪽에 있던

블루베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빠, 저거도 주세요!”


아들이 말하기를, 손녀는 원래 블루베리를 좋아하여 더 먹고 싶었단다.

그런데 아빠에게 그걸 달라고 하면 거절당할 것이 뻔했다.

그래서 ‘묘수’를 찾은 거란다.


자녀가 부모의 ‘도전’에 마주치며 살다 보면 극복하는 ‘응전’을 할 것이다.

시간문제다. 우리 부부도 자녀들이

컴퓨터 게임을 오래 하여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속 썩는 시간을 컨트롤하기 위하여 컴퓨터에 비번을 걸어두었다.

어린애들이 풀 수 없을 거라 확신하면서, Peace in Mind!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아들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다.

큰애는, 자기가 비번을 풀었다고 자랑했다.


이어서 우리 부부가 두 손 들 수밖에 없게 쐐기를 박는 말을 하였다.

"컴퓨터 비번을 바꿀 경우에 새로운 비번을 알려주는 프로그램도 깔았어요."

큰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때 일이다.


부모는 겨우 걸음마를 시작했는데 그들은 저 푸른 창공을 훨훨 날아 다니고 있었다.

애들 통제에 대한 현타가 왔다.

여느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자녀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지혜를 모두 전수해주고 싶다.

그런데 자녀들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간여할 일은 더 이상 없다. 그리고 부모가 도와줄 일도 많지 않다.

거꾸로 우리가 배우는 경우가 늘어난다.


아들들 내외가 ‘부모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라 느끼고,

우리 부부도 만족하는 협력 방법을 창출하는 일,

손주들이 기다리는 조부모로 찾아가는 일,

이 과업이 바로

퇴직하는 교수가 직면한 도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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