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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지켜지지 않은 약속

우정 속에 갇힌 오해


한동안 알고 지낸 친구와 멀어진 적이 있었다. 서로 오해가 생긴 상황이었다. 당일 날까지 답변을 주기로 한 약속을 친구는 지키지 않았고, 나는 급한 대로 혼자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 그 일은 나에게 너무 중요했기 때문에 서운함이 컸다.


그런데 친구는 다음 날 아무렇지 않은 듯 연락해 왔다. 전날 약속한 일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인지 단 한마디 말조차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나에게 부탁까지 해왔다. 순간 너무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워 화조차 낼 수 없었다.


내가 알고 있던 친구가 맞는지, 본인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만 지키면 되는 사람인지, 친구와의 약속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 수많은 생각이 스쳐 복잡함이 밀려왔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하거나, 차라리 그럴만한 핑계라도 댔다면 그나마 덜 속상했을 텐데...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걸까?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은 나머지 너무 혼란스러웠고, 심난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친구는 그렇게 믿음이 없는 친구는 아니었다. 평소 소통에도 크게 막힘이 없었고, 나의 안부를 이것저것 물으며 공감도 해주고 나름대로 배려도 해주는 친구였다. 그래서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날 이후로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내가 느끼는 감정만큼이나 그 친구 역시도 심난한 것인지, 아니면 조금 시간을 두고 친구 관계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던 것인지...


우리는 어느새 서로에게서 서서히 멀어져 갔다.



언젠가 다시 마주친다면, 과거의 우리가 아닌 지금의 우리로 마주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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