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시도에게
무슨 일이든 너희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렴. 물론 아빠는 너희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고,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고, 항상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었으면 해. 항상 다른 사람의 도움은 필요한 거거든. 지금은 아빠 엄마가 너희를 제일 많이 돕고 있지만, 너희가 커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도움도 받아야 해. 학교에선 선생님과 친구들의 도움, 직장에선 상사, 동료, 후배의 도움, 집에선 가족들의 도움.
어쩔 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처럼 느껴져서 주저하게 돼. 물론 개인화된 사회에서 그런 선을 지키는 것이 타인의 배려일 수 있어. 하지만, 너희 자존심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는 걸 꺼려하지는 마.
아빠가 해외에 살면서 제일 많이 느낀 것 중 하나는 한국인이 자존심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기를 주저한다는 거야. 그러면 혼자서 일을 해야 하고, 그러면 남들이 열 가지를 할 때 너희는 하나만 할 수 있어. 물론 그 하나에 대해서 많이 자랑스럽겠지만.
내가 혼자 해냈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너희 자만심을 부추길 수도 있단다. 너희의 성공이 너희 능력과 노력만의 산물이 아님을 기억하렴.
아빠도 여기까지 오는 데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어. 가깝게는 부모님의 도움이 있었지. 아빠는 좀 인정하기 싫었지만,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해. 너희 엄마의 도움도 커. 자신감을 잃었던 아빠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으니까. 당연히 너희의 도움도 있지. 아빠 마음이 어려울 때마다, 너희의 환한 얼굴이 힘이 돼.
연구하는데 영감을 주고, 때론 긍정적인 비평을 주는 동료들의 도움도 있고, 잊을 때도 있지만 낯선 사람들의 도움도 있어. 인터뷰해 줘서, 영감을 주고. 설문지 해줘서 데이터를 모을 수 있게 해주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너희가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너희가 감사할 일을 만드는 것이라는 걸 기억했음 한다.
너희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