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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의 퇴소식날

열쇠부대로 모인 가족

by 루나


드디어 막내의 퇴소식 날이 되었다.

큰애도 휴가를 내서 가족 모두 막내를 맞이하러 갔다. 입대할 때 병원이었던 나도 추스르고 갈 수 있어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가는 곳은 연천의 열쇠부대다.


소대원들이 열을 맞춰 나오고 있다. 막내가 보인다.

군악대와 더불어 높은 하늘을 배경 삼아 젊은 훈련병들이 제식훈련을 보여준다.

함성과 군기로 쩌렁쩌렁하다. 마치 아이돌의 칼군무처럼 절도 있게 보여준다.


"제식은 전투력이다."나폴레옹이 말했다는데 막내 얘기 들어보니 연습을 꾀했다고 한다.


드디어 식이 끝나고 뛰어서 막내에게 갔다. 팔에 태극마크를 달아주고 가슴에는 이등병 마크를 달아 주었다. 그제야

"단결!, 사랑합니다. "외친다.

나는 수도없이 어깨와 등을 두드려 주었다.

이제 포토타임이다. 여기저기 베레모를 하늘 높이 올리고 떨어진다.

방을 함께 썼던 소대원들과 사진을 찍는다. 28세의 이탈리아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온 형님, 막내보다 더 말랐던 소대원, 싹싹함이 이를 데 없는 GOP 같이 가는 친구, 여자친구 있는 소대원의 꽃다발, 인상 좋은 소대원님과 한 컷에 포옹과 그간의 애정을 볼 수 있었다.


막내의 동그래진 얼굴, 어깨 펴지고, 목소리 커진 모습에 좀 울컥해졌다.

무사히 마친 과정을 보니 흐뭇하다.


가을 빛에 가을 향이 나는 날씨였다. 한탄강 쪽이 보이는 펜션으로 가서 싸가지고 간 고기를 굽고 된장찌개를 먹고 과일을 먹었다. 오랜만에 집에 온 것 같다고 좋아한다.

"너무 오랜만에 가족여행 왔어. 좋다."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한 시간이다.

만나면 맨날 싸우던 둘째는 막내의 볼을 꼬집듯이 귀여워라 만진다.막내는 눈꼬리가 올라가려 하지만 오늘은 무한패스다.

밖은 눈부신 햇살에 대추가 익어가고, 펜션 앞은 삼색 냥이가 돌 위에 지키고 있다. 저편엔 한탄강이 흐르고 너무나 큰 나무들이 있어 이 동네가 선사시대 유적지가 분명 있었음이 느껴진다.


잠시 전곡 전통시장에 들러보고 여기도 시내에 줄지어 있는 상가도 보이고 중학교도 보인다. 시내의 번화함이 좀 보인다.


다시 부대로 가면서 큰애는

"일말 상초야"되풀이해 준다.

"여자친구를 일병 때 만나면 무조건 상병에 헤어져. 부러워하지 마.

이건 뉴턴의 법칙과도 같아."


위로인지 아닌지를 헷갈려 하며 뉴턴의 법칙이 가끔 무너지기도 바라본다.


다시 부대로 들어가는 막내를 배웅한다. 조금 더 든든해진 어깨를 보며 잘해내길 바란다. 우리 가족의 막내 사랑으로 들여보낸다.



부대 앞의 아주 오래된 망향 국숫집 본점에서 국수 한 그릇을 먹고 차를 마셨다.

우리의 9월의 마지막 날 30일은 그렇게 연천의 열쇠를 여는 부대에서

가족의 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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